[REVIEW STREAMING]
조엘 코엔 감독의 '맥베스의 비극' 外
2022-01-07
글 : 이보라 (영화평론가)

<맥베스의 비극>

감독 조엘 코엔 | Apple TV+

조엘 코엔 감독이 연출한 <맥베스의 비극>이 Apple TV+에서 공개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맥베스>가 원작으로,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의 욕망과 파멸에 관한 이야기. 로만 폴란스키, 구로사와 아키라, 오손 웰스, 저스틴 커젤 등 많은 작가들이 거쳐간 이야기를 왜 다시 소환해야 했나, 라는 물음이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대신 형식적으로 독특하게 일관된 방법론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작가적 면모를 공고히 한다. 흑백 화면과 1.33:1 화면비, 두드러지게 양식적인 톤을 고수하는 대사와 세트, 동선이 돋보인다.

<아네트>

감독 레오스 카락스 | 왓챠

유난히 과작인 감독이 오랜만에 들고 온 이 신작을 아쉽게도 극장에서 놓친 관객이라면 이번 기회를 반겨야 할 것이다. 미국 밴드 스파크스가 작업한 음악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장르라는 점에서도 생경한 매력을 주는 <아네트>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와 오페라 가수 안이 가정을 이루고 아네트라는 이름의 딸을 낳는 여정을 따라간다. 단순해 보이는 서사 안에서 예술과 관객 사이의 가능성을 무진하게 탐구하는 작품으로, 조야하고 폭력적인 정서와 고혹적이며 관능적인 이미지가 함께 만났다.

<해피 아워>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 왓챠

2010년대 걸작 중 한편이라 일컬어도 손색없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해피 아워>를 드디어 집에서 관람할 수 있다. 무려 328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지만 절대 손해 볼 시간이 아니다. 네명의 여자 친구들이 남몰래 간직한 각자의 고민을 따라가는 <해피 아워>는 붕괴된 일상을 메우는 마술적인 시간에 탐닉하는 영화다. 3시간에 달하는 <드라이브 마이 카>도 그렇듯 하마구치의 세계에는 긴 시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국내에 뒤늦게 도착한 만큼, 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 더 오래 머물 수 있길.

<덱스터: 뉴 블러드>

감독 마르코스 시가 | 캐치온, 티빙

연쇄살인범만 골라 죽이는 사이코패스이자 범죄 현장의 유능한 혈흔 분석가, 덱스터가 돌아왔다. 오랜만에 시즌9 <덱스터: 뉴 블러드>로 귀환한 덱스터는 지난 시즌에서 10년이 지났다는 설정 아래, 인적이 드문 마을에서 신분을 속인 채 홀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다시금 그의 살인 충동을 일깨우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오랫동안 인내해온 그의 시간은 위기를 맞는다. 그의 어린 아들까지 10대 청소년이 되어 등장한다고 하니, 부제의 ‘뉴 블러드’가 자못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알러뷰 맨>

감독 존 햄버그 | 시리즈온

연인 주이와 곧 결혼을 앞둔 피터는 모든 것이 안정적이지만 단 한 가지가 없는데, 바로 진정한 친구다. 회사나 동아리의 친구들은 살갑기는 하나 어딘가 벽이 느껴진다. 반면 주이는 언제든 내밀한 부분까지 시시콜콜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많다. 결혼식에서 신랑의 옆자리만 휑할 수는 없는 노릇. 그는 베스트맨을 찾기 위해서라도 친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근사한 성품을 지닌 인간이자 ‘평범한’ 남성에게도 관계를 맺는 일은 어렵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귀띔하는 로맨틱 코미디.

<녹색 광선>

감독 에릭 로메르 | 시리즈온, 왓챠, 웨이브

지는 해를 보면서도 희망을 얻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녹색 광선>은 관객을 무심히 격려하는 영화다. 다소 우울하고 연약한 주인공을 내세우지만 이 영화에서 삶은 영영 낙관의 대상이다. 여름을 맞은 델핀느는 친구와 함께 휴가를 떠나고 싶지만 거절당하고, 채식을 하느라 은근히 놀림거리가 되기도 한다. 일상이 고달파도 꿋꿋이 가슴에 새기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해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 아주 잠깐 볼 수 있다는 녹색 광선에 대한 이야기. 실제로 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질 때면 관객도 숨을 붙잡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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