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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 인간'의 진실, '아론녹'
2022-01-07
글 : 최지은 (작가 <이런 얘기 하지 말까?>)

동물 분장을 한 어린이들의 연극 공연, 표범 탈을 쓴 사내가 나타나 “너희 중 하나를 저녁 식사로 잡아먹겠다”라며 ‘토끼’ 소년을 골라 동굴로 데려간다. 여기까지는 대본 그대로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토끼의 노랫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아이는 사라졌다. 무대는 아수라장이 된다. 부모에겐 지옥이 시작된다. 인도 드라마 <아론녹>의 강렬한 오프닝이다. 무대는 다시 바뀌어 히말라야 인근의 작은 마을 시로나, 딸의 대학 입시에 집중하기 위해 1년간의 휴직을 앞둔 카스투리 경감(라비나 탄돈)은 후임으로 온 앙가드(파람브라타 차테르지)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이때 프랑스에서 온 여행객 소녀가 강간당한 뒤 살해되어 밀림의 나무에 매달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마을은 19년 전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표범 인간’이 돌아왔다며 술렁인다.

작은 공동체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 가장 힘없고 연줄 없는 인물의 죽음, 외부의 압력에 맞서 진실을 좇는 경찰, 뿌리를 캘수록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부패한 지역 유지간 카르텔 등 넷플릭스 드라마 <아론녹>의 이야기 구조는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러나 비슷한 이야기가 다른 문화권에서 어떤 식으로 그려지는지, 그리고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삶은 어떤 유사성을 갖는지 관찰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재미있다. 법은 멀고 매는 가깝다고 믿는 카스투리와 냉철하게 절차를 밟아 수사에 임하는 앙가드는 <살인의 추억>을 비롯해 여러 범죄 스릴러에서 볼 수 있었던 기묘한 콤비다. 느려터진 행정과 무능한 부하들 틈에서 고군분투하며 점점 동지애를 쌓아가는 두 사람 중 한명은 범죄 수사 과정에서 가족이 해체됐고 한명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짓눌려 있다. 유능한 경찰임에도 가사노동에 서툴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고, 경찰이 되지 못한 남편의 열등감까지 신경 써야 하는 카스투리의 피로는 익숙하다. 표범의 존재는 도심 배경 스릴러와 또 다른 불안의 공기를 조성한다. 원제 ‘Aranyak’은 벵골어로 ‘숲에서 자란’ 혹은 ‘숲과 관련된’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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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없는 땅> / 넷플릭스

유능한 수사관으로 이름난 카리는 암에 걸린 부인을 위해 헬싱키를 떠나 국경 근처의 작은 마을로 이사한다. 그러나 ‘범죄 스릴러의 주인공’이란 김전일처럼 가는 곳마다 사건이 발생하는 팔자를 가지고 있기에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그의 꿈은 멀어져가기만 한다. 추리에 강한 남성과 격투에 강한 여성이 어쩌다 보니 공조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다크> / 넷플릭스

독일 빈덴은 대대로 토박이들을 중심으로 친구의 친구, 부모 친구의 자녀까지 연결된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마을 소년 미켈이 실종되고 그를 찾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의 비밀과 그 비밀의 근원인 시간여행 통로의 정체가 드러난다. 시즌마다 복잡해지는 타임 패러독스를 집중해 따라갈 수만 있다면 거듭되는 반전을 즐길 수 있는 SF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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