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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과의 대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2022-02-04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한국 수사극에는 연쇄살인범에게 가족을 잃은 경찰 주인공이 유독 많다. 자신의 아내나 연인이 죽어야만 절박함을 획득하는 형사 캐릭터를 지켜보며 그저 맡은 업무의 의미를 새기고 성실하게 일하는 수사관의 마음은 극화될 가치가 없는지 종종 생각하던 차에 프로파일러 권일용 전 경정의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논픽션을 드라마로 만든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만났다.

국영수 감식계장(진선규)이 2000년 범죄행동분석팀을 꾸리며 첫 프로파일러로 눈여겨본 송하영 경위(김남길)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이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다. 한국 수사극의 맥락 안에서 주목한 적 없는 요소이고 경찰을 비극과 오열의 당사자로 세우는 흐름에 분명하게 그은 선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송하영뿐만 아니라 여러 목소리를 빌려 무감해진 자극을 환기한다. 기동수사대 윤태구 팀장(김소진)은 동료들이 무심결에 ‘다른 팀이 숟가락을 얻지 못하게 하라’거나 ‘백발백중’ 등의 표현을 쓸 때마다 눈에 심지를 돋운다. 수사를 밥그릇 싸움이나 다트 게임에 비유하는 것에 정색하는 것은 엄연한 피해자가 있고 그를 대신해 범인을 쫓는 의무를 새기는 사람이라 그렇다. 최윤지 기자(공성하)는 ‘어린아이를 향한 잘못된 본능’이라는 헤드라인에 “범죄가 본능이야?”라고 격분한다. 연쇄살인범을 쫓고 악의 마음을 분석하는 이들의 마음속에 피해자가 있다고 거듭해서 일깨우는 드라마라면 기존의 범죄 수사물에 대한 자각이 반드시 따르고, 다음 걸음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범죄 현장을 다룰 때 필터를 씌우고 직접 묘사를 피한다고 윤리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다만, 내가 기대는 것은 아동 대상 범죄자의 육성으로 범행 과정을 회고하는 장면을 끊고, 조서를 작성하는 윤태구의 목소리로 옮겨와 끔찍한 범행을 자판으로 옮기다 멈칫하는 순간들이다.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도 그렇게 자주, 많이 머뭇거렸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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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헌터> / 넷플릭스

송하영에게 범죄심리분석관을 제안하면서 국영수가 건넨 책이 FBI의 전설적인 프로파일러 존 더글러스의 회고록 <마음의 사냥꾼>이었다. 연쇄살인범의 면담 분석을 수사에 활용하는 행동과학부 창설을 담은 시리즈 <마인드 헌터>의 원작이기도 하다. 행동과학부팀이 처음 콴티코 FBI 양성소 지하 창고에 사무실을 마련 했듯,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서울지방청 본관 건물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옆 건물 반지하에서 시작한다.

<그알저알 EP.42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 유튜브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공식 유튜브 채널 내 ‘그알저알’ 코너에서 김남길, 진선규 배우와 프로파일러 권일용 전 경정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법영상분석 전문가 황민구 소장에게 김남길과 권일용, 진선규와 국영수 캐릭터의 실제 모델인 윤외출 경상남도경찰청 수사부 부장의 외모 싱크로율 분석을 의뢰한 결과가 빵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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