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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시네마] 무엇이 해피 엔딩일까?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2022-03-04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공동 명의로 마련한 신혼집 절반이 자기 몫이라고 내용증명을 보내온 파혼 상대방에게 청약통장과 계약금, 중도금 납입 내역을 싹 계산해 “너의 지분은 7%”라고 선을 긋는 사람. JTBC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의 총괄예보관 진하경(박민영)의 대응은 속이 다 후련하고, 총괄2과 특보 이시우(송강)와 새로 시작한 사내 연애도 하경이라면 잘 풀어가지 싶다. 덕분에 아직 풋풋한 둘 사이를 앞지르는 궁금함이 생겼다. 사내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면 해피 엔딩일까?

차기 과장감으로 꼽혔던 오명주 주무관(윤사봉)이 사내 결혼과 두번의 육아 휴직으로 ‘주저앉은’ 만년 주임 소리를 듣는 것을 보면 ‘사내연애 잔혹사 편’이라는 부제가 비단 연애 성공과 실패에 국한하는 것이 아님을 짐작하게 된다. 극의 초반, 우박 시그널 보고를 받은 하경이 상사에게 전달하지 않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는 결혼 준비에 정신이 팔려 보고를 무시했다는 동료의 불평으로 한번, 그리고 피로가 누적된 상사의 업무 부담을 고려한 하경이 우박 확률이 기준치에 미달함을 확인하고 전달을 미뤘던 것으로 재연된다. 중요한 것은 하경의 무고함이 아니다. 예보가 우박을 놓쳤으니 결과적으로 실책이 맞다. 분명 판단을 거쳐 내린 선택이었어도 얼마나 쉽게 연애, 이별, 결혼, 육아 때문에 벌어진 실수의 틀에 갇히는지, 이를 이물감 없이 받아들여왔는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전문직 드라마는 결국 직장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일터에서의 온갖 갈등과 성취가 연애의 해석에만 소모된다면 저 말은 비아냥에 그칠 테지만, <기상청 사람들…>은 반대로 사적 관계의 향방이 일터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간다. 사내 연애가 여성에게 유독 손해라면 그 작동을 들여다보고 바로잡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진하경이 단 과장 직함은 언쟁을 벌이는 예보관 사이에서 협상을 이끌고 선택하는 것이 책임으로 주어진 자리다. 그가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 판단과 선택을 설득해가는 과정은 유능한 개인의 활약 이상으로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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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사람들 스태프 다 됐어요!" / 기상청 유튜브

기상청 사람들 드라마 비하인드 스토리. ‘진짜’ 기상청 사람들의 사내 연애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기상청 부대변인 노성운 사무관이 답한다. 기상청 전 직원 1300여명 중 70~80쌍. 약 10%가 사내 커플이라고. 최초로 기상청을 다룬 드라마라 기상청 유튜브 채널에 제작 후일담과 선영 작가 인터뷰, 실제 예보관들의 일과 고민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이 충실하다. 드라마 본방을 기다리는 동안 방문해보시길.

<모럴센스> / 넷플릭스

직장 동료 정지우(서현)와 정지후(이준영)는 지배와 복종의 역할극을 수행하는 3개월의 계약 관계를 맺은 사이. 배움과 동의와 합의 속에서 자신과 상대의 마음을 살피던 중, 직장에서 사적인 관계가 예기치 않게 오픈되고 둘은 조직 구성원의 차별과 편견에 저항하면서 비로소 사내 연애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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