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은 하나인데, 소유권을 주장하는 주인은 둘이다. 그렇다면 살림을 합쳐도 좋지 않을까? 박찬욱 감독의 신작 단편 <일장춘몽>은 고을의 은인 흰담비(김옥빈)를 묻어줄 관을 만들 나무를 구하기 위해 장의사(유해진)가 버려진 무덤을 파헤쳤다가 그곳에 잠들어 있던 검객(박정민)의 영혼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그린다. 11년 전 아이폰4로 촬영한 단편 <파란만장>을 통해 디지털 시네마 역사에 한획을 그었던 박찬욱 감독은 이번엔 아이폰13 프로로 20분짜리 단편을 완성했다. 김우형 촬영감독은 “핸드폰 카메라 기술이 발달하면서 누구든 쉽게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일장춘몽>이 가진 재미와 화려함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라는 그의 코멘트에 이 말을 덧붙이고 싶다. 장비가 단순해질수록, 밀도 높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프로젝트일수록 이를 다루는 장인들의 감각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이다. 박찬욱 감독을 중심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기꺼이 함께한 김우형 촬영감독, 류성희 미술감독, 장영규 음악감독, 이진희 의상감독에게 <일장춘몽>의 작업 과정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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