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다이어 선집이 출간되었다. 음악과 사진, 여행 등에 대해 사색적인 에세이를 쓰는 제프 다이어의 책은 이전에도 출간된 적이 있는데,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러나 아름다운>과 <지속의 순간들>은 새롭게 번역되었으며, <인간과 사진>은 처음 소개된다. 책이 다루는 분야에 해박한 번역자들이 책을 옮겼는데, 설명하지 않고 레스터 영, 듀크 엘링턴, 텔로니어스 멍크를 비롯한 재즈의 거인들이 활동한 현장을 묘사하듯 보여주는, 재즈 뮤지션들과 재즈 음악에 대한 <그러나 아름다운>의 번역이 특히 돋보인다. 본문은 과거 흑백 사진을 통해 당시의 장면들을 흑백영화처럼 그려가는데, 후기(‘후기: 전통, 영향 그리고 혁신’)에 이르면 제프 다이어가 픽션 같기도 논픽션 같기도 한 이 책을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모든 예술은 동시에 비평이다.” <그러나 아름다운>에 실린 추천 음반 목록은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지속될 황홀한 플레이리스트를 선사한다.
<지속의 순간들>은 사진을 읽고 사진가의 삶을 겹쳐보인다. 서로 다른 사진가의 작품이, 혹은 화가와 사진가의 작품이 겹쳐지기도 하며 이미지 읽기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간다. 또한 이 책은 보르헤스적이며 다소간 베냐민적인데, 사진이 가진 무한히 다양한 가능성을 정리하려고 시도하는 동시에 목록이 그 자체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도록 집요한 수집의 욕구를 발동시킨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인간과 사진>의 원제는 ‘See/Saw’다. 놀이 기구 ‘시소’의 영어 단어가 ‘seesaw’인데, 기구의 특성상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것을 ‘보인다 보이지 않는다’고 표현했듯이, 사진이 보이는 것을 보였던 것으로 만드는 과정과 시각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연계해 설명하는 작업이다. “때때로 사진적 증거는 그것이 조작되기 전부터 의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카파가 공화당 군인의 죽음을 꾸며낸 것은 아닌가? <이오지마의 성조기 게양>이 재연출된 것은 아닌가? 보통 우리는 그런 소문과 혐의를 인지하고 있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지속의 순간들>과 연계해 읽으면 더 좋다.
지속의 순간들
시인 마크 스트랜드는 “(에드워드) 호퍼가 사용하는 빛은 거의 언제나 시간을 묘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간을 이용하여 설득력 있게 시간을 비유하는” 그의 능력은 “탁월하다. 그는 고요함과 공허함간의 비율을 드러내어 우리가 순간, 시간, 평생의 공허함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3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