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와 세리나 윌리엄스 자매의 성공 신화에서 빠지지 않는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의 전기영화 <킹 리차드>의 기자회견은 2021년 11월7일,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의 햇살 좋은 테니스 코트에서 열렸다. 비너스 윌리엄스, 세리나 윌리엄스, 배우 윌 스미스, 안저뉴 엘리스, 잭 베일린 각본가,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감독을 포함한 총 13명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참여한, 코로나19 시대 흔치 않았던 대규모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야기를 간추려 전한다.
- 영화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윌 스미스 처음 이 영화에 대해 들었을 때, 컨셉 단계였음에도 리처드 윌리엄스 이야기가 영화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헤드라인에서 보여지지 않은 이야기들, 윔블던에서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첫 페이지를 읽기도 전에 “제발 좋았으면” 하고 기도했고, 15페이지까지 읽었을 때 이 영화에 출연할 거라는 걸 알았다.
- 영화의 타이틀 롤에 더해 총괄 프로듀서까지 맡았다. 당신에겐 흔치 않은 일이다.
윌 스미스 혹시 누가 이 영화를 망칠까봐 그랬다. (웃음) 나 정도의 커리어에 이르면 실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때 조심스러워진다. 책임감을 느끼는 거다. 이 영화는 앞으로 계속해서 윌리엄스 가족에게 회자될 영화이기에 무엇보다 그들의 인정을 받는 일이 중요했다. 인정을 받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충분히 하고 싶었다.
-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들었다.
안저뉴 엘리스 비너스와 세리나는 나에게는 영웅이나 다름없다. 윌리엄스 자매를 떠올리면 첫 번째 이미지는 코트 위에 선 모습일 거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영향은 테니스 코트를 넘어섰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자신이 타고난 것에 의해 작아지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두 사람이 이룬 성취는 코트에서의 승리 그 이상이다. 세상에서 외롭지 않게 느끼는 것, 스스로를 작게 느끼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해줬다.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은 나름의 보답이었다.
- 지금까지 당신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고 싶어 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 영화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확신을 가졌나.
세리나 윌리엄스 누가 먼저 시나리오를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둘 다 이 시나리오가 피부색과 관계없는 아버지들의 이야기이고, 어머니들의 이야기이며, 챔피언을 만들기 위해 가족이 어떻게 그 역할을 하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믿었다. 영화를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다. 내가 잘 아는 이야기인데도 그렇다. 이 영화는 스포츠 그 이상을 다룬다. 큰 그림을 보면 스포츠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새로운 버전의 미국의 이야기다. 그 점이 좋았다.
비너스 윌리엄스 이 영화는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에 대해서도 잘 보여주었다. 특히 아동복지국 직원이 집에 찾아오는 장면이 그렇다. 영화나 TV 속 아프리카계 미국인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지만 그 이상은 주지 못하는 스테레오타입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영화는 어머니가 그저 옆에만 서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한마디만으로도 우아하고 강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
-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감독은 윌 스미스가 이 영화에 가진 열정이 포스트잇 노트로 도배된 트레일러(대기용 차량)에서 잘 드러난다고 귀띔해줬다. 좀더 이야기해줄 수 있나.
윌 스미스 포스트잇 노트는 역할에 가까워지려고 할 때 사용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이번 영화는 리처드 윌리엄스의 오디오를 몇 시간씩 듣고, 비너스, 세리나와 미팅을 하고, 누군가가 리처드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들려줬을 때 그게 마음에 들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메모해서 관련 있는 장면이나 그 아이디어를 적용할 장면에 붙여두었다. 한두장 붙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노트에 붙여가면 마음속에 캐릭터가 피어나게 된다.
- 리처드 윌리엄스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했나.
윌 스미스 캐릭터 탐구는 나에게 중요한 과제다. 리처드가 내 아버지와 얼마나 비슷하면서 다른지, 또 아버지로서 나와 얼마나 비슷하면서 다른지를 찾아내면서 캐릭터에 가까워지려고 했다. 내가 표현하고자 애썼던 리처드의 매력은, 다 큰 딸들이 아직도 “대디”라고 부르고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상대로서였다. 사람들이 그를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리는 엄하고 강한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아버지가 딸들에게 주는 벌은 “테니스를 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으니, 리처드가 강압적으로 테니스를 시킨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테니스는 가족의 우선순위 중 다섯 번째였다. 테니스를 위해 살았던 가족이 아니라, 가족의 사랑과 믿음을 더 크게 일구기 위해 테니스를 활용했다.
- 가족 이야기가 좀더 부각되지만 이 영화가 테니스라는 스포츠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었을 거다. 어떻게 테니스 장면을 준비했나.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촬영을 시작하기 전까지 테니스 코트에 딱 한번 가봤다. 나는 야구를 좋아했지 테니스는 잘 몰랐다. 하지만 이 영화가 스포츠의 기술적인 요소를 제대로 보여주기를 바랐다. 테니스 팬이 아닌 관객에게도 경기의 긴장감과 재미를 전달할 수 있어야 했고, 테니스를 전혀 모르는 나의 어머니가 보더라도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했다. 리처드가 두딸에게 기술로 강조하는 “오픈 스탠스”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했다. 오픈 스탠스는 윌리엄스 자매의 커리어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서 그걸 어떻게 영화에서 다룰지 고민이 많았다.
- 윌리엄스 자매 커리어의 정점으로 윔블던 데뷔전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이 영화는 조금은 다른 접근을 취함으로써 윔블던이라는 거대한 순간을 포기했다.
잭 베일린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가족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스포츠가 중심이 된 서사보다는 가족이 중심이 된 서사를 우선적으로 선택했고, 알려진 이야기보다는 친밀한 사이의 이야기들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 영화가 어디에 도착해야 하는지 목표를 정한 뒤 구조를 설계했고, 그 뒤에는 계속해서 파보는 수밖에 없었다. 여느 가족이 아니라 딱 윌리엄스 가족을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작은 단서라도 나오면 거기서 이야기의 살을 붙여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