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비행>
감독 조용익 | 시즌
<소년비행>은 10대의 마약을 전면에 내세운다. 다정(원지안)에게 마약 운반을 시키는 부모는 괴물 같은 존재다. 도피처가 필요했던 다정은 시골 동네 구암에 다다른다. 거기에는 다정만큼이나 현실이 버거운 윤탁(윤찬영)과 그의 친구들이 있다. 이들은 학교 뒤편의 텃밭에서 대마를 발견한 계기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10대와 마약 범죄의 관계성을 좇다보면 부조리한 사회 환경이 우리의 삶에 남기는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윈드폴>
감독 찰리 맥도웰 | 넷플릭스
빈집털이범이 호화 별장에서 훔친 물건을 들고 문을 나서려던 찰나, 주인 부부가 들어선다. 몰래 집을 빠져나가려던 범인은 아내와 눈이 마주쳐 하는 수 없이 부부를 인질로 잡는다. 그런데 이들의 면모가 우스꽝스럽다. 범인은 강도가 처음인지 인질의 손도 잘 못 묶고, IT 회사 CEO로 보이는 남편은 시종 냉소적인데, 그 정도 몸값으로 생활이 되겠냐며 범인에게 더 큰 액수를 부르라 말한다. 영화는 부도덕을 주제로 한 연극적 요소가 강하고, 결말은 충격적이다.
<안테벨룸>
감독 제라드 부시, 크리스토퍼 렌즈 | 시리즈온, 티빙, 웨이브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의 모처, 포악한 백인 주인에게 감금된 흑인 노예 이든(저넬 모네이)의 삶은 절망스럽기만 하다. 허락 없이는 신음조차 낼 수 없고, 노동강도는 살인적이며, 밤마다 남부연합군 대장의 성노예가 된다. 여느 때처럼 대장에게 겁탈당한 날 느닷없이 스마트폰 벨소리가 들린다. 이후 영화는 상상도 못한 공포로 내달린다. <겟 아웃> 이후 조던 필 사단이 내놓은 일련의 영화들을 두고 정치적 올바름이 과하다는 비난이 있다. 그들의 길이 옳다는 방증이다.
<신의 손>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 넷플릭스
‘신의 손’ 마라도나가 이적할지 모른다는 기대로 가득했던 1980년대 나폴리는 파비에토(필리포 스코티)가 사춘기라는 열꽃에 사로잡혀 있던 시기와 장소다. 그는 저글링에 능숙하고 변함없는 사랑을 주는 엄마, 잦은 바람으로 엄마에게 실망을 주는 아빠, 육감적인 몸매로 성적 열병의 대상이 되는 이모 등 어딘가 슬프지만 애정하지 않을 수 없는 가족과 함께다. 그러나 여지없이 비극은 찾아오고 파비에토는 특별한 통로를 거쳐 성장한다. 이탈리아의 전통과 감독의 혁신이 묻어나는 작품.
<드라이브 마이 카>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 시리즈온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의 수상을 재현할 수 있을까. 영화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극작가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2년 전 외도한 부인이 갑작스레 죽은 기억을 안고서 히로시마의 예술문화극장에서 다양한 언어로 표현되는 작품을 준비 중이다. 거기서 과묵한 운전사 마사키(미우라 도코), 극단 배우들과 만나 교류하면서 실존의 아픔을 깨닫는다. 사족처럼 서사에서 한 발짝 떨어져 존재하는 장면들이 경이로운 작품이다.
<우린폭망했다>
감독 존 레쿼, 글렌 피카라 | Apple TV+
한 연구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인이 가까운 미래의 최대 권력자이자 기득권이 된다고 한다. 그만큼 영화도 IT 기업 대표의 캐릭터를 자주 다룬다. 문제는 오너 리스크다. 그들의 눈부신 성과는 때로 잦은 실패와 기만을 초래해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영화적인 성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린폭망했다>는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 창업자인 애덤 뉴먼의 흥망성쇠를 그린다. 성공지상주의자와 주변 인물들이 지닌 기이한 심리와 행동을 끈기 있게 포착하는 정성과 스마트폰 음향 활용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