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갈등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프롤로그’에 쓰인 것처럼, 조선희의 <상식의 재구성-한국인이라는, 이 신나고 괴로운 신분>은 한국의 ‘오늘’에 영향을 미친 여러 사건을 짚는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진행과 그 결과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또 누군가는 한국의 추락하는 출생률에 대한 자기만의 해석을 정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야기한 정치와 미디어에 대한 이해. 그 첫 단추는 부동산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출발해 박해천의 책 <아파트 게임>, 조은의 책 <사당동 더하기 25>와 다큐멘터리 <사당동 더하기 22> <사당동 더하기 33>, 그리고 저자 자신이 참여했던 아파트 게임에 대한 회고가 이어진다. 왜 정치는 불평등을 악화시킬까? “답은 한마디로 정책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부자들이라는 사실이다.” 불평등 문제에 관한 한 보수 정치인은 물론이고 진보 정치인들조차 ‘평등투쟁’에 무기력하거나 무관심하다. 강준만의 책 <강남좌파2>를 인용해 설명하면 그 이유는, “민주화 투쟁을 하던 시절과 달리 오늘날엔 주로 먹고사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사람들이 정계 진출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정책 결정을 하는 집단이 계급적 다양성을 갖춰야 사회를 바꾸는 정책이 기획될 것이다. <한겨레> 기자와 <씨네21> 초대 편집장을 지낸 저자의 시선이 돋보이는 챕터는 2장 ‘미디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미디어 과밀 사회이기 때문에 갈등 자체는 강도가 높지 않지만 체감하는 갈등의 강도는 높다.
그러면 갈등을 없애야 하는가. 조선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갖고 자기 의견을 말하고 이해관계가 부딪히고 갈등이 터져나오는 것은 사회의 온도가 사람 살기에 적당하다는 뜻이다. 갈등은 민주주의의 물증이다.” 문제는 민주적인 질서 외에 다른 절대 권위가 없어서 사회가 한없이 출렁거린다는 데 있다. 마지막 챕터인 ‘한국인은 누구인가’는 460쪽까지 이어진 한국 사회 분석의 결정판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기준을 수립해, 취향과 생존을 위해 타인과 연대하고 공동체를 이루는 삶이 가능할까. 마지막 핀란드의 사례에 이르면, 이 모든 이야기가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내게 도착한 일이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