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마르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이 80살을 맞이했다. 독일 언론은 뉴 저먼 시네마의 대표 주자이자 페미니스트 1세대 감독인 폰 트로타 감독의 삶과 작품을 앞다투어 조명했다. 독일 공영방송
폰 트로타 감독의 영화 사랑은 파리에서 시작됐다. 미혼모였던 모친과 베를린에서 살았던 폰 트로타는 1950년대 말 파리로 가서 누벨바그 영화에 경도된 젊은 철학도들과 어울리며 책과 영화를 접했다. 당시 그녀는 잉마르 베리만의 <제7의 봉인>을 보고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 후 뮌헨으로 가서 독문학과 불문학을 공부하다가 배우 학교에 들어간다. 폰 트로타 감독이 독일영화계에 발을 들인 것은 배우를 하면서다. 라이너 파스빈더, 폴커 슐뢴도르프 감독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폴커 슐뢴도르프 감독과 1971년에 결혼해 91년에 이혼했다. 1975년에는 슐뢴도르프 감독과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만들며 함께 시나리오도 쓰고 감독도 했다. 당시 보수적인 독일 사회에서 여성감독으로 우뚝 서기란 투쟁 없이 불가능했다. 남편이었던 슐뢴도르프 감독도 폰 트로타가 자신의 조력자로만 남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직접 감독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당시 여성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영화들은 독일 언론이나 평론계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폰 트로타 감독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폰 트로타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까? 그녀는 <쥐트도이체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영화 속 인물들에게서 어둡고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면을 찾는다. 사람들이 나를 밖에서 보면 용감한 투사로 보이겠지만, 내 안을 들여다보면 상처받기 쉽고 의심을 품는 부분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런 비슷한 면을 찾는 게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