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라(천우희)는 방송사 YBC를 대표하는 앵커다. 방송국 간판 프로그램인 ‘9시 뉴스’의 진행을 맡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고, 직장 내 평판이 좋으며,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 세라에겐 매일 밤 부담스러울 정도로 완벽한 피드백을 주는 인물이 있다. 세라의 엄마 소정(이혜영)이다. 소정은 세라의 현재 입지가 오래가지 못할 것을 염려하며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는데, 이는 세라의 결혼 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 그러던 어느 날 세라는 한 여성의 제보 전화를 받게 된다. 제보자는 자신과 자신의 딸을 오래전부터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고 지금 그 사람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고 말하지만, 세라는 이를 장난 전화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런데 다음날 실제로 희생자가 발생하자, 세라는 특종을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라는 엄마의 조언에 따라 직접 사건 현장을 찾는다.
<앵커>는 ‘모녀 사망 사건’을 둘러싼 비밀을 직접 파헤치던 한 앵커가 그 과정에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일종의 ‘심리 치료’와 같은 과정이 미스터리/스릴러 장르로 표현된 영화다. 앵커인 주인공이 사건에 빠져들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 후 본격적인 추리가 펼쳐지는 몇 시퀀스에선 상당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다. 이를 극적으로 표현해낸 천우희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며 그런 주인공에게 엄청난 시련을 준 이혜영 배우의 힘 또한 놀랍다. 최면 전문 의사 역을 맡은 신하균 배우 역시 영화의 한축을 담당하여 추리 과정에서 즐거운 혼란을 제공한다. 단편영화를 통해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정지연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