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디>
감독 일리야 나이슐러│넷플릭스, 시리즈온, 웨이브
액션 카메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 시점으로만 이뤄진 영화 <하드코어 헨리>를 내놓아 이목을 끈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의 두 번째 본격 액션영화다. 서사는 <존 윅>과 비슷하고 간단하다. 신원을 숨기고 살던 전직 FBI 요원 허치(밥 오든커크)가 러시아 마피아와 엮이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투에 나선다.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삼류 변호사로 분했고 같은 캐릭터로 스핀오프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던 밥 오든커크가 액션 히어로로 나선 것부터 놀랍다.
<신문기자>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넷플릭스
배우 심은경이 출연해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영화 <신문기자>의 넷플릭스 시리즈 확장판이다. 영화가 아베 정권의 사학 비리만 다루고 있다면 시리즈는 해당 비리뿐 아니라 민간인 사찰과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를 향한 비판을 포함한 여러 이슈를 연결해놓았다. 가볍고, 사회문제와 동떨어진 작품 일색이던 일본 드라마도 자세를 바로 하고 사회비판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일본에서 호평받았다.
<크라이 마초>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시리즈온, 웨이브
개봉 없이 바로 2차 상영 서비스로 직행한 탓인지, 매번 작품을 공개할 때마다 찬사와 함께 전적으로 동의할 수만은 없는 정서를 선사한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크라이 마초>에 관해서는 의외로 언급이 적었다. 실패한 카우보이 마이크는 동료 하워드의 부탁으로 그의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멕시코시티로 향한다는 내용의 작품은 로드 무비이자 서부극의 또 다른 변주다. 전작이 그러했듯 상찬할 순간을 많이 포함하지만, 점점 교묘히 가려지는 감독의 보수적 가치관도 여전하다.
<썸머85>
감독 프랑수아 오종│시리즈온, 웨이브, 티빙
프랑수아 오종이 그린 1985년 10대의 퀴어 연애담이다. 바다에 빠진 알렉스를 다비드가 구해준 일을 계기로 둘은 급속도로 서로에게 빠져든다. 치기 어린 10대 시절이 그렇듯 한쪽의 무관심과 다른 쪽의 질투로 관계는 파탄이 난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알렉스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갔던 다비드는 바이크 사고로 죽는다. 알렉스의 애도는 요란하다. 다비드의 시체를 보기 위해 여장을 하거나 그의 무덤에서 춤을 춘다. 관점을 사뭇 달리해 알렉스가 연쇄살인범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보기를 추천한다.
<콜럼버스>
감독 코고나다│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시리즈온, 티빙
드라마 <파친코>를 보고 있자니 연출자 중 한명인 코고나다의 전작이 궁금하다. <콜럼버스>는 그의 두 번째 영화 연출작이다. 진(존 조)은 저명한 건축학자인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 인디애나주의 소도시 콜럼버스를 방문하고, 거기서 도서관 사서이자 건축에 큰 관심이 있는 케이시와 마주친다. 둘은 모더니즘 건축의 성지라 할 만한 콜럼버스의 건축물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공유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도시 공간과 건축물이 중요한 등장인물처럼 기능하는 작품이다.
<우리들의 블루스>
감독 김규태│티빙, 시리즈온, 넷플릭스
옴니버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1, 2회는 제주 출신의 은행 지점장 최한수(차승원)가 제주도로 전근 가면서 동창 정은희(이정은)와 재회하는 일을 다뤘다. 한수는 미국에서 골프 선수를 하는 딸을 뒷바라지하느라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다. 악착같은 생활력으로 자산가가 된 은희는 첫사랑 한수의 등장으로 마음이 요동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이어 노스탤지어를 바탕으로 한 작품의 연속된 출현은 시대의 징후처럼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