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풍진 (1986)
12세이상관람가|100분|드라마, 멜로·로맨스
연연풍진
1987 낭트영화제 작품상 80년대 대만의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87년작. 사적 단위의 가족사를 통해 대만의 역사를 환기시키는 [비정성시] 직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좀더 작고 소담한 세계를 담은 자전적인 색채가 강했던 시기의 작품이다. 간단히 말해 [연연풍진]은 연애담이지만 사실은 그 이상이다. 시골마을에서 함께 자란 아원과 아운이 조용히 그리고 깊이 서로를 사랑하다가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를 단 한 순간도 격정에 휩싸이거나 분노를 터트리는 일 없이 담담하게 그려냈다. 거기에 지난한 삶을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와 대만의 지난 시절에 대한 비감도 그만큼의 비중으로 들어가 있다. 일자리를 찾아 타이뻬이로 간 아원, 아원을 따라갔지만 그가 군대 간 사이에 우편배달부와 결혼해버린 아운, 손자를 정성으로 거두는 할아버지, 파업 중인 탄광노동자인 아버지, 억척스럽게 살림을 꾸려가는 잔소리꾼 어머니, 밥 대신 치약, 위장약 따위를 먹어대는 말썽쟁이 동생들. 영화는 아원과 아운이 일하는 타이뻬이에서의 생활과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고향 마을의 생활을 느슨하게 오고가면서 그들의 진심을 드러내고 슬픔을 길어 올린다. 슬픔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후 샤오시엔의 인물들은 섣불리 희망을 말하진 않지만 체념 대신 수긍하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고구마가 인삼보다 키우기 더 힘들다며 먼 산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와 실연의 상처를 숨기며 조용히 앉아있는 아원을 잡은 마지막 쇼트가 긴 울림을 가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사용된 롱 테이크와 롱 쇼트, 고정된 카메라, 심도 깊은 화면, 프레임 내 프레임 등의 스타일은 고압적이나 난해한 방식으로 관객을 누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숨쉬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조용하고 길게 응시하면서 쇼트 하나하나에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새겨 넣었다. 시적 정감이 가득한 화면에 펼쳐진 평범하고 소박한 대만인들의 일상이 그 자체로 감동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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