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신동' 발굴한 캐스팅과 섬세한 제작 과정까지 '플레이그라운드' 프로덕션 노트
2022-05-17
씨네21 온라인팀 cine21-digital@cine21.com

작년 칸영화제 이후 30개 이상의 트로피 수상과 코로나 시대 유럽 주요 국가들과 미국에서의 흥행에 이어, 드디어 5월 25일 국내 개봉하는 '플레이그라운드'가 로라 완델 감독의 프로덕션 노트를 공개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일곱 살 ‘노라’와 오빠 ‘아벨’이 맞닥뜨리게 된 ‘학교’라는 세상을 사실적인 시각으로 감각적인 프레임 안에 담아내며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아이들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하는 영화다.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수상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영화제 30개 이상의 트로피를 휩쓸었고, 지난 3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벨기에 출품작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은 바 있다.


작품 안에서 인물 그 자체였던 완벽한 캐스팅



'플레이그라운드'의 주인공 ‘노라’를 연기한 배우 ‘마야 반데베크’는 캐스팅 세션을 통해서 선발됐다. 100명의 아이들을 테스트했는데 테스트장에 도착한 마야는 “내 모든 힘을 이 영화에 쏟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테스트를 위해 아이들에게 각자의 운동장을 떠올려보고 무슨 게임을 했는지 질문했다. 그것만으로 그들의 제스처와 말투를 카메라가 잡아냈고, ‘마야’로부터 나오는 뭔가를 볼 수 있었다. 남매의 아빠를 연기한 배우 ‘카림 르클루’는 거칠어 보이면서도 부드러운 것이 공존하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어서, 아빠 배역에 적절했다. 그는 오빠 ‘아벨’을 연기한 배우 ‘군터 뒤레’와의 호흡도 잘 맞았다. 극 중 ‘노라’가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선생님을 연기한 배우 ‘로라 베르랭당’은 아주 섬세한 배우다. 그는 네덜란드인인데, 브뤼셀이라는 도시에는 네덜란드어를 하는 사람과 불어를 하는 사람이 섞여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중요했다. 특히 카림과 로라를 아이의 키높이로 카메라 벨트 아래에서 프레이밍한 연출은 그들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그들을 더욱 앞세우는 방식이었다.


아이의 시선에서 진행된 촬영



'플레이그라운드'는 모든 것을 아이의 시선에서 촬영했다. 극 중 ‘노라’가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느끼는지를 관객이 최대한 가까이서 빠져들어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초반부터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찍겠다는 직관이 있었고, 이런 ‘오프-스크린(off-screen)을 통해 큰 몰입감을 만들어냈다. 영화 속에서 모든 것은 노라가 원하는 대로 인식되는데, 노라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작은 정보만 인식하고, 그래서 신체와 공간의 작은 부분만을 보게 되며 모든 것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촬영감독 ‘프레데릭 누아르옴므’와는 단편 영화부터 많이 협업해왔다. 그는 노라의 키높이에 맞춰 카메라를 몸에 착용하고서 무슨 일이 벌어지던 노라를 따라가고 맞춰야 했다. 로라 완델 감독은 휴대용 콤보로 그 옆에 붙어서 종종 마야 배우에게 실시간 주문을 했다.


배우들의 감정선을 최대한 살린 유려한 편집



편집감독 ‘니콜라스 륌플’과는 대학에서 만난 이후로 수년간 협업을 통해 ‘같이 일하는 방식’을 만들었다. 우선, 어린이 배우들이 감정과 액션을 최대한 오래 가지게끔 시퀀스 샷을 찍으면서도, 촬영 기간이 25일 밖에 없었기 때문에 장면을 자르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이들이 카메라를 쳐다봐서 다시 촬영해야 하는 작은 사고들이 있어서, 시퀀스 샷당 적어도 20 테이크는 찍어야 했다. 그래서 편집할 양이 어마어마했지만 시퀀스 샷과 내레이션에 유기성이 있었기 때문에 편집할 때 많은 가능성과 호환성이 있었다.


‘학교 운동장’을 그대로 구현한 생생한 사운드&음악



'플레이그라운드'의 사운드는 정교한 연주곡과 같다. 학교는 노라를 집어삼키는 하나의 괴물처럼 인식되고 이는 곧 사운드에도 적용되는데, 운동장만큼 귀청이 터질듯한 곳은 없다. 이것이 곧 폭력의 형태이다. 아이들은 그들의 공간을 정복하면서, 기쁨과 함성을 표면화한다. 영화를 제작하며 어떠한 라이브 사운드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더욱 살아있는 것처럼 들리도록 사운드를 새로 더하고 대사를 넣어 ‘오프-스크린’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양의 후반작업을 진행했다. 두 음향감독 ‘데이빗 브란켄’, ‘코린 두비앵’과 믹싱감독 ‘마티유 콕스’는 실제 운동장에 가서 최대한 리얼한 사운드를 따왔다. 학교의 왁자지껄함을 많이 살리도록 했지만, 침묵과 함께 멀리서 들리는 떠들썩한 소리를 정확하게 자르길 원했다. 이미지와 사운드 자체가 음악의 감정적인 힘을 만들도록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