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는 불상의 눈을 바라보면 자기 마음속의 지옥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설정을 보면 굉장히 흥미로운데 내게 닥친 현실이라 생각하니 너무 끔찍했다. 그렇지만 이 세계에 한번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신현빈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 <괴이>의 전체 서사를 묘사한 뒤 그 속의 수진을 가리키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가 인도하는 대로 <괴이>의 세상에 발을 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신현빈이 연기한 수진은 고고학자이자 문양 해독가로, 딸 하영(박소이)을 잃은 뒤 진양군으로 거처를 옮겨 고요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진을 보며 신현빈이 떠올린 작품은 영화 <컨택트>. “<괴이>가 장르물이라고 해서 장르물만 참고하진 않았다. 언어와 연계된 직업을 가졌고 아이를 잃었다는 점에서 <컨택트>의 루이스(에이미 애덤스)에게서 참고할 점이 많았다.” 눈앞에 무언가를 마주한 듯 연기를 펼치는 것도 신선한 도전이었다. “초반부터 없는 것을 있다고 상상하며 찍는 신들이 여럿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느낌으로 찍는 신이 굉장히 많겠구나’ 하고 미래를 대비하게 됐다. (웃음)”
장건재 감독은 A4 용지 한장 분량에 수진의 전사를 디테일하게 적어 건넸고 덕분에 수진이란 인물을 구축하는 과정이 훨씬 용이해졌다고 한다. “수진의 유년 시절로 한참 거슬러 올라갔다. 어릴 때 진양군에 있는 할머니 손에 자랐으며 당시의 관심사는 무엇이었고, 또 기훈(구교환)과는 티베트에서 몇 차례 만나 어떻게 연인으로 발전했는지와 같은 정보들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미지적으로 참고하기에 더없이 좋은 자료였다.” 하영이 세상을 떠난 지 오래지만 수진은 삶에서 딸을 쉽게 밀어내지 못한다. “희한하게 같이 잘 놀다가도 촬영에 들어가 박소이 배우를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그런 면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수진은 아주 건조하고 지쳐 보이는 인물인데 처음부터 그런 모습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아이를 잃고 자기 자신도 잃어버리게 된 거다. 끔찍한 상황을 겪으면서 오히려 잃어버렸던 자신과 자신의 마음을 되찾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였다.” 고고학자라는 수진의 직업적인 측면은 도리어 접근하기 편했다. “미술 이론을 전공해서 고고학이나 고고미술사학은 내게 아주 낯선 영역은 아니었다. 전공을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다 학자로서의 특징에 집중했는데, 예를 들면 외형적으로 봤을 때 공부를 많이 해서 어깨가 굽어 있는 상태 등을 고려했다. 시청자들이 보고 ‘맞아, 강사들은 진짜 저렇지’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길 바랐다.” 전작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겨울과 차이를 두는 데에도 품을 들였다. “캐릭터의 외형과 스타일을 잘 정해두면 내가 그 사람이라고 믿기 좀더 쉬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수진이 쓰는 안경 같은 소품도 최대한 겨울이의 느낌이 나지 않는 것으로 골랐다. 또 수진이 머리가 덜 마른 채 일하는 모습이 종종 등장하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 비슷한 장면이 많아서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괴이>가 공개되기를 기다리며 신현빈은 현재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촬영 중이다. “한 남자가 재벌가 막내로 회귀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회귀물’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웃음) 1980년대를 배경으로 근현대 경제사를 다루는데, 나는 검사 역할을 맡았다. 다양한 시대 배경이 펼쳐지고, 나는 검사로 등장한다. 열심히 찍어서 곧 또 새롭게 인사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