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다시는 오비완 케노비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어떤 마음에서 이 시리즈에 출연하겠다고 했나.
= 1990년대에 오비완 케노비 역할에 처음 캐스팅됐던 때로 돌아가보면 당시 나는 대니 보일 감독의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 시대 영국 영화산업의 주목을 받던 브리티시 그런지 시네마(X세대의 불안과 낭만을 그린 1990년대 영화들.-편집자)의 일원이고 싶었다. 그런데 <스타워즈>는 내 희망과는 다른 층에 있는 영화였다. 사람들은 내게 <스타워즈> 시리즈에 출연함으로써 커리어가 얼마나 달라질지 이야기했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스타워즈> 시리즈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프리퀄 3부작에 출연했다. 그 경험은 내가 이전까지 영화에 출연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기술적으로 완전히 달랐고, 그때 영화 만들기가 어렵다고 느꼈다. 배우로서 자랑스러웠지만 그 3편이 내 경력의 대표작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도 “오비완 케노비 역할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답한 기억은 없다.
-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 촬영 당시 “그린 스크린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은 스테이지크래프트(그린 스크린 대신 LED 스크린 월에 합성할 배경 이미지를 띄우는 가상 시각 효과 기술. 디즈니+ 시리즈 <만달로리안>을 위해 개발된 뒤 다른 작품에도 사용되었다.-편집자)일 텐데, 이 기술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 ‘신의 한수’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 캐릭터가 속한 환경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기술이 사용될 때 촬영에 허락되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건물의 외관은 물론이고 내부도 표현할 수 있으며, 수백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물리적으로 지어야 할 필요도 없어졌다. 기본적으로는 세트에서 연기하는 것과 같지만 그린 스크린과 비교하면 몰입이 훨씬 쉬워졌다. 장면마다 촬영감독이 원하는 골든아워가 다른데, 이 기술로 촬영 조건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장면을 자연의 시간에 맞출 필요가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3면이 세트로 만들어졌던 할리우드의 과거를 보는 듯한 향수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 액션 시퀀스를 위한 트레이닝은 어땠나.
= 촬영 시작 3개월 전에 결투 신을 위해 액션 연습을 시작했다.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때 만난 스턴트 코디네이터 조조(조나단 유세비오)가 함께했는데, 따로 일주일에 3번 정도 연습했다. 액션 시퀀스의 촬영은 복싱 매치와 비슷하다. 벨이 울릴 때까지 싸우다가 벨이 울리면 코너로 돌아가 숨을 고르고 다음 매치를 준비한다. 합이 다 맞춰졌다고는 하지만 긴장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몸이 완벽하게 준비되어야만 가능하다.
- 거의 20년이 지난 뒤에 과거에 연기한 캐릭터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지 않나.
= 역할을 위해 <스타워즈> 시리즈를 다시 보는 것 외에도 SF 소설의 캐릭터처럼 생각하고 싶어서 스코틀랜드 작가인 이언 뱅크스의 작품들을 읽었다. 내가 이 시리즈의 프로듀서도 겸하기 때문에 대본을 미리 볼 수 있었고 데버라 차우 감독과 자주 만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스크린 테스트가 있었다. 18년, 19년 만에 오비완 케노비가 되어 세트로 걸어가는데 스탭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 시리즈에서 일하려면 <스타워즈>의 팬이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반응이어서 재밌었다. 그 뒤에 대사를 몇개 읽었는데, 아직 오비완 케노비의 목소리를 결정하기 전이었지만 잘 쓰여진 대본 덕분에 쉽게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