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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트리밍]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외
2022-05-27
글 : 이우빈 (객원기자)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 왓챠, 웨이브, 넷플릭스 외

딸 뤼미르에게 파비안느는 나쁜 엄마다. “나쁜 엄마, 나쁜 친구일지라도 좋은 배우인 게 낫다”는 자백처럼 파비안느는 연기 생활을 위해 가족은 뒷전으로 미루고 홀대해왔다. 뤼미르는 남편 행크와 함께 파비안느의 회고전을 축하하려고 미국에서 프랑스까지 건너오지만, 영화 촬영에만 몰두하는 어머니에게 질색을 표하며 갈등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엄마와 딸의 꼬인 감정을 풀어주는 것 역시 영화와 연기다. ‘내 어머니의 추억’이란 영화에서 딸을 연기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뤼미르가 보게 되면서 모녀는 자신의 진실보단 서로의 진심을 살피게 된다.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도 유효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 이야기는 곧 칸에서 선보인 후 국내 개봉할 <브로커> 속 한국 가족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한껏 기대하게 만든다.

벨파스트 / 웨이브, 티빙, Apple TV+ 외

어릴 적 살던 동네, 십수년 전 졸업한 모교를 찾아가면 ‘여기가 이렇게 작았나?’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다만 파편적이되 뚜렷한 이미지와 소리, 냄새의 감각만큼은 강렬하게 몸을 감싼다. 이처럼 개인적인 동시에 보편적인 회상의 경험을 <벨파스트>는 고스란히 영화에 옮겨낸다. 1960년대 후반 아일랜드 벨파스트에 담긴 케네스 브래나 감독의 유년 시절을 9살 소년 버디의 눈으로 투영하면서다. 눈을 빌린단 말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벨파스트>는 아이의 눈으로, 편견 없는 순수함으로 첨예했던 종교·정치 갈등, 이에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의 비애를 목도한다. 과거란 기술된 역사이기 이전에 어떤 사람, 어떤 가족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단 사실을 절감한다. 지난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레토 / 웨이브, 티빙 외

‘여름이었다’란 감성적 문구가 유행처럼 떠도는 요즘이다. 뜨겁고 활기찬 여름의 낮과 대비되는 여름밤의 고즈넉한 감수성이 그토록 강렬하단 의미일 테다. <레토>(러시아어로 ‘여름’)는 이런 여름의 아이러니를 노래한다. 실존 인물 빅토르 최가 뮤지션으로 태동한 1980년대 초 러시아의 풍경을 통해서다. 그의 몸짓과 함께 록 넘버가 뮤직비디오 형식의 연출에 접목되며 영화의 활력을 달군다. 반면 성공 가도에 비례하며 커가는 인간적 고뇌, 순간의 멈춤과 정적은 청춘의 들끓음을 여름밤의 우수로 바꾼다. 빅토르 최를 연기한 유태오의 분위기는 여름의 양면성을 담아내기에 더할 나위 없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올해 <차이콥스키의 아내>를 통해 <레토> <페트로프의 플루>에 이어 세 번째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걸 / 웨이브, 티빙 외

16살 라라는 발레리나의 꿈을 이루려 무용 학교에 들어간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정을 지녔지만 라라에겐 큰 걱정거리가 있다. 그가 남성에서 여성이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이다. 호르몬 치료와 심리 상담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으나 라라는 점차 마음이 급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무용 학교 친구들과의 신체적 차이를 극복하기 힘든 탓이다. 이처럼 <걸>의 중심은 성전환의 과도기에 있는 인간의 ‘신체’에 있다. 라라가 발레 연습 전마다 숨 쉬기 힘들 만큼 몸에 붕대를 감고, 심지어 자신의 신체 부위를 해하는 장면을 영화는 길고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감독 루카스 돈트는 <걸>로 2018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황금카메라상과 퀴어종려상 등을 수상한 이후 올해 <클로즈>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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