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홍보 영상을 찍으러 갔다가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이소현 사실 첫날 촬영을 못하고 쫓겨났다. (웃음) 그날 캐스팅 발표가 있었는데 어머니들이 심하게 싸우셨다. 다 같이 찍기는 어렵겠다 싶어 개별 인터뷰를 했더니, 그땐 또 연극 이야기를 하면서 너무 행복해하시는 거다. 그 이질감이 굉장히 컸다. 유가족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잖나. 그 고통의 이미지가 참사 피해자를 타자화시킨다고 생각했다. 엄마들의 연극을 통해서 유가족도 평범한 이웃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보람 촬영 허락을 받은 이후 초반 1년은 신뢰를 쌓는 데 주력했다. 나는 20대부터 연극을 해왔기 때문에 연극 자체나 배우에 관해 좀더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었다. 두번의 도전 끝에 4·16재단 공모전에 입상하면서 우리의 작업이 인정받은 것 같아 큰 힘이 됐다.
- 연극 <장기자랑>은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지만, 이를 담은 다큐멘터리 <장기자랑>은 아이들의 엄마이자 배우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보인다.
이소현 연극을 통해서 슬픔을 극복하는 건 불가능하다. 엄마들도 그렇게 말한다. 내가 발견한 것은 아이들을 대신하는 연극을 하면서 엄마들이 ‘배역’이라는 어떤 욕망을 갖게 되는 지점이었다. 삶의 이유가 한 부분 생긴 거다. 여기에 주목해 엄마들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이보람 자식 잃은 슬픔이 공감이나 위로를 받기보다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 큰 상실감을 겪은 분들이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공감과 연대를 어머니들은 서로 해낸다.
- 전작 <할머니의 먼 집>에서도 애틋한 사연 속에 긴장 요소를 잘 배치해 관객을 몰입시켰다. 이번에도 어머니들이 연극을 준비한다는 서사 속에 개개인의 갈등 요소를 흥미롭게 드러낸다.
이소현 관객과 어떤 공감대를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어머니들은 언론에서도 비슷한 얼굴로만 노출됐다. 슬픔을 가진 사람의 욕망을 보여주는 건 불경스러운 일인가? 고민도 많았지만, 이런 것들이 감춰질수록 ‘유가족은 이래야 해’ 하는 편견이 공고해질 뿐이다. 이번에 그 편견을 넘어보고 싶다.
- 세월호를 소재로 이야기를 고민하는 창작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이소현 유가족들을 많이 만나보셨으면 좋겠다. 굉장히 열려 있고,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하는 가족들이 많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 요청해서 직접 만나 이야기해보면 훨씬 구체적으로 작업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