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 베이비 / 왓챠
유대교 가정 출신 대니엘(레이철 세넛)은 대학 졸업반이지만 명확한 진로를 정하지 못했고, 슈거 대디 맥스(데니 데페라리)와의 섹스로 가까스로 용돈벌이를 한다. 어느 날 대니엘은 부모의 연락을 받고 삼촌의 둘째부인의 시바(유대교 친족 장례 후 애도기간)에 참석한다. 폐쇄성을 띠는 유대교 가족 커뮤니티에서 대니엘은 ‘연애는?’ ‘취업은?’류의 질문으로 고통받는다. 영화는 신경질적 스트링 스코어와 아기 울음소리를 끊임없이 삽입하며 대니엘의 고통을 극대화하지만, <시바 베이비>의 장르는 재치 있는 대사로 가득한 코미디다. 당황의 연속에서 먼 친척에게 “홀로코스트 뮤지엄에서 행복해 보이시네요!” 같은 아무 말을 남발하는 대니엘의 고군분투가 쓰라린 웃음을 자아낸다. 감독 에마 셀리그먼의 동명 단편이 원작이다.
야쿠자와 가족 / 넷플릭스
<야쿠자와 가족>은 야쿠자 겐지(아야노 고)의 삶 중 세 시기를 영화에 담는다. 야쿠자 출신의 꼬리표를 벗고 싶었으나 결국 야쿠자의 길로 들어서는 1999년 10대의 겐지, 시바자키구미의 중간 보스로 충직한 조직 생활을 하던 중 위기를 맞는 2005년의 청년 겐지, 그리고 더이상 야쿠자 세력이 이전과 같을 수 없는 2019년 중년의 겐지. 영화는 암흑 세계에 대한 낭만화를 놀라울 정도로 걷어냈다. 이는 2019년 에피소드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 에피소드는 2011년 일본 내 폭력단 배제 조례 시행 이후 조직폭력배들이 마주한 가혹한 말로를 통렬히 직시하되 위기 앞 인물을 연민하기보다 그의 실존을 다각도로 논한다. 눈빛의 깊이만으로 10대부터 40대까지의 연령대를 오가는 아야노 고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컴 프롬 어웨이 / Apple TV+
캐나다 뉴펀들랜드 갠더는 언제나 무탈한 어촌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으로 들어가지 못한 비행기들이 평화로운 갠더에 불시착한다. 갠더 주민들은 지역 인구수와 맞먹는 승객들을 환대하고, 영문도 모를 불시착으로 혼란을 겪던 수많은 승객들 또한 갠더에 융화해간다. <컴 프롬 어웨이>는 9·11 테러 당시 갠더 지역에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12명의 배우들은 무대에서 갠더 주민과 승객을 모두 겸하며 가통지사 앞에서 느끼는 인류의 부채감을 때론 흥겹게, 때론 장엄하게 춤추며 노래한다. 공개된 공연 실황은 팬데믹 이후 14개월째 폐쇄된 극장가에서 공연을 재개하던 당시 촬영 버전으로, 9·11 테러를 배경으로 하지만 어느 때보다 타인과 연결된 채 살아감을 절감하는 코로나19 사회의 현실을 절묘히 넘나든다.
콜렉티브 / 웨이브
2015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클럽 ‘콜렉티브’에서 화재 사고가 나 27명의 젊은이가 즉사하고 180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클럽의 불법 건축을 용인한 당국에 분노한 시민들은 여당의 사퇴를 끌어냈다. 한편 사고 4개월 후 37명의 추가 사망자가 나왔고 이들의 공통 사인은 병원 내 박테리아 노출이었다. 위생의 최후 방어선인 병원에서 다발적 박테리아 사망이 발생한 것을 의아하게 여긴 스포츠 일간지 <스포츠 가제트>의 카릴린 톨로탄은 취재에 착수하고, 사고에 얽힌 루마니아 의료계와 정치계의 비리 카르텔을 세상에 고발한다. 한편의 르포로서도 탐사보도로서도, <콜렉티브>가 지닌 장점은 사건의 극적 자극보다 사건의 냉철한 해부에 집중하는 데 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과 장편다큐멘터리상 후보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