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방황하는 히어로, 토르의 자아 찾기: 토르의 4번째 솔로 무비 '토르: 러브 앤 썬더'
2022-07-06
글 : 조현나
정리 : 윤현영 (자유기고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이젠 주어진 운명이 아닌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함께 떠났던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오랜 시간 우주를 유영하던 그가 마침내 귀환했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마블 히어로 최초의 4번째 솔로 영화이자 토르의 8번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다. <토르: 라그나로크>에 이어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다. ‘신 도살자’ 고르(크리스찬 베일)에 맞서기 위해 돌아온 그는 ‘뉴 아스가르드’의 왕이 된 발키리(테사 톰슨), ‘마이티 토르’로 돌아온 제인(내털리 포트먼)과 재회한다. 2017년 개봉한 <토르: 라그나로크> 이후 5년 만에 찾아온 <토르: 러브 앤 썬더>가 7월6일 개봉한다. 개봉에 앞서 영화를 살펴봤다.

“한때 전투에 쓰였던 이 손이 이젠 평화의 도구가 됐지. 진짜 내 모습을 찾고 싶어. 이젠 나의 길을 가겠어.” 아스가르드의 신이자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로서 분투했던 과거에 작별을 고한 토르. 우주로 떠난 뒤에도 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우주를 돌아다니며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다. 그러던 중 고르가 신들을 무자비하게 처단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발길을 돌려 고르와 상대하던 찰나 토르는 자신의 옛 무기 묠니르, 묠니르를 들고 있는 제인과 재회한다. 토르는 서먹해하면서도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한편 고르의 힘을 실감한 토르는 신들의 왕 제우스(러셀 크로)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동료들과 올림포스로 향한다.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 가장 눈길이 향하는 지점은 역시 캐릭터들이다. 새롭게 등장해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인물들이 있고, 완전히 다른 외피로 갈아입은 채 나타나는 기존 캐릭터들도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록 스타의 모습으로

먼저 토르부터 이야기해보자. 어벤져스 멤버들의 세대교체가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토르는 굳건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킨다. 다만 잠시 뒤로 물러나 자신의 존재 의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뿐. 토르가 이런 방황의 시간을 거친 건 처음이 아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때부터 미래의 방향성을 고민해왔고, <토르: 라그나로크>에서도 본연의 힘을 각성하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그러나 전처럼 자기 파괴적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 문제를 회피하기보다 기존 토르의 유쾌함을 유지하려는 모양새다. 바뀐 분위기를 대변하듯 전보다 더 다부진 몸집에 장발을 하고 가죽 재킷과 청바지를 갖춰 입은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1980년대 록 스타다. “항상 토르 캐릭터로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 크리스 헴스워스는 전작보다 더 장대해진 몸을 유지하기 위해 1년간 식단을 철저히 지키며 운동하고 무술을 연마했다. <토르: 러브 앤 썬더> 제작자들이 그를 두고 “토르 그 자체”라고 말한 것도 토르의 외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화제가 된 바와 같이 제인 포스터도 완전히 변화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토르: 다크 월드>에서와 달리 토르의 것과 유사한 헬멧과 갑옷을 갖춰 입고, 붉은 망토를 두른 채 긴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묠니르를 휘두르는 모습은 얼핏 보면 토르로 착각할 만하다. 원작 코믹스 속 마이티 토르의 설정을 따르기 위해 그 역시 고된 연습 기간을 거쳐야만 했다. 내털리 포트먼은 “묠니르를 들 때마다 몸의 움직임이 확연히 달라지고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한다. 이처럼 토르의 상징과 다름없던 묠니르는 제인의 손에, 그리고 새로운 무기인 스톰 브레이커는 토르의 손에 들렸다. 각자의 무기로 고르에게 맞서 활약하는 액션 시퀀스와 8년여 만에 마주한 둘의 사랑이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또 다른 반환점에서

채도 높게 묘사되는 이들과 달리 빌런 고르는 한없이 적막하고 어둡다. 때문에 <토르: 라그나로크>의 헬라(케이트 블란쳇)와 비교되기도 한다. 헬라가 아스가르드의 역사에서 자신의 기록을 완전히 배제한 오딘에게 분노하며 추동하는 인물이라면, 고르는 모든 것을 잃은 상실감을 기반으로 창조된 인물이다. 고대의 무기인 네크로소드를 손에 넣은 그는 “자신들 외엔 관심이 없는 신들”의 행태에 분노하며 신들을 차례로 처단한다. 크리스찬 베일은 “현장에서 모두가 무서워할 정도”(내털리 포트먼)로 섬뜩한 고르를 완성하기 위해 크리처 및 프로스테틱 디자인팀과 첫주 3일간 다양한 비주얼을 탐색했다. 그 결과 다양한 색조의 회색을 결합해 흉터와 손톱, 핏줄 등을 드러낸 현재의 고르를 완성했다. 이미지적으로나 캐릭터의 무게감 면에서 토르와 완전히 정반대에 선 고르가 충돌하는 상황들 또한 주목할 만하다.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연출자이자 배우로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카메라의 앞뒤를 바삐 오가며 촬영 현장에 임했다. 달리 말하면 토르의 세계관 안팎을 가장 다면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인 셈이다. 그런 그가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선악 대결만큼이나 탁월하게 묘사한 건, 각성한 인물이 마주한 고난을 돌파해나가는 방식이었다. 그 시절을 지나 토르는 다시금 나아갈 길을 정해야 하는 반환점에 섰다. 과연 그는 누구의 손을 잡고 어디로 발걸음을 옮길 것인가. 그것이 무엇이든, 다채롭고 코믹한 모험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토르와 마이티 토르, 의상의 모티브는 가져오되 디테일은 다르게

토르는 자신과 똑같은 헬멧을 쓰고 갑옷을 입은 채 등장한 마이티 토르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마이티 토르의 소품과 의상은 토르의 것에서 어떤 영감을 얻었을까. 의상 디자이너 메이스 루베오는 제인이 묠니르를 드는 슈퍼히어로인 만큼 그에 어울리는 룩을 디자인했다고 말한다. “마이티 토르가 토르의 여성 버전이기 때문에 원반 모양과 같은 토르의 의상 디테일을 가져왔다. 블랙과 레드가 섞인 흉갑(가슴에 대는 보호대.-편집자), 빨간 망토, 헬멧 등을 추가해 빈티지 코믹스의 느낌도 살리고자 했다.” 헤어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마이티 토르로 변신했을 때 머리 색깔은 제인 포스터일 때보다 눈에 띄게 연하다. 헤어 책임자 루카 바넬라는 “망치의 힘 때문에 머리카락의 일부가 금발이 된다는 설정을 더했다. 다만 제인과 마찬가지로 머리카락의 뿌리 부분은 브라운 톤으로 남겨뒀다”고 설명한다.

한편, 토르는 의상을 다양하게 갈아입는다. 크리스 헴스워스의 말대로 “진정한 자신을 찾으려는 과정이 반영”됐다. 토르는 이번 작품에서 총 25벌의 옷을 입는데 명상할 때 입는 실크 튜닉부터 탱크톱과 청바지, 민소매 가죽 재킷으로 이루어진 1980년대 로커 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의상에 따라 헤어스타일도 달라지는데 가죽 재킷과 같은 로큰롤 스타일 의상을 입을 때는 머리를 한쪽으로 빗어넘기고, 명상할 때는 정수리에 상투를 틀었다. 크리스 헴스워스는 “의상 또한 이번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한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