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명량>(2013)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조선을 구한 영웅의 위대한 전투를 그린다. <명량>보다 좀더 젊은, 40대의 이순신으로 변신한 박해일 배우는 위기의 조선을 구할 역사적 임무를 짊어졌다. 차분하고 투명한 물의 기운으로 전장을 지배하는 박해일의 이순신은 이제껏 숱한 작품에서 재현된 이순신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발산한다. 배우 박해일이 이순신이 되는 과정은 마치 활시위를 당기는 과정을 닮았다. 그는 길고 깊은 호흡으로 한산대첩에 이르는 과정 전반을 팽팽히 당기고, 고요한 집중 끝에 끝내 역사의 과녁을 꿰뚫는다. 한편 조선 앞바다를 위협했던 왜장 와키자카 역의 변요한 배우 역시 이제껏 보지 못했던 왜군의 모습을 선보인다. 변요한의 와키자카는 단지 제거해야 할 악이 아니라 극복하고 물리쳐야 할, 살아 있는 적장이다.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의 위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인정하는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적인 와키자카 야스하루다. 배우 변요한은 와키자카를 통해 자신이 옳다고 직감한 것은 밀어붙이고 마는 강단과 대담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리하여 한산대첩은 그저 당연한 승리의 기억을 넘어 위기를 극복해낸 위대한 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사실적이고 실감나게. 여기 ‘의(義)와 불의(不義)의 전쟁’ 한가운데 마주선 두 장수, 아니 두 배우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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