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한산: 용의 출현’ 권유진 의상감독 “고증 통해 얻은 극강의 디테일”
2022-08-04
글 : 조현나
사진 : 오계옥

<최종병기 활> <명량>에 이어 <한산>은 권유진 의상감독이 김한민 감독과 함께 작업한 세 번째 작품이다. 시대물 작업을 할 때마다 당시의 의복 유행과 관련 자료 조사를 철저히 한다는 권유진 의상감독은 조선군 투구에 적힌 문구, 각기 다른 형태의 갑옷을 입은 왜군들의 배경 등 극중 장수들이 현재의 의상을 갖춰 입게 된 경위에 관해 꼼꼼히 설명해주었다. 의상과 관련된 문헌 한줄을 극중 의상에 디테일하게 구현해내는 권유진 의상감독의 집념은 <한산>에 리얼리티를 더해주었다.

철갑과 두정갑

“<한산>과 <명량>은 갑옷부터 많이 다르다. <명량>을 찍을 당시 실제 임진왜란 때 입던 철갑이 출토됐다. 그래서 그때 고증에 따라 전부 철갑으로 바꾸자고 이야기가 됐다. 반면 <한산>을 찍을 땐 두정갑으로 가자고 했다. 두정갑은 방어력이 가장 좋은 갑옷이라 할 수 있다. 갑옷에 점점이 박혀 있는 징은 본래 못이다. 두정갑은 갑옷 안에 돼지가죽, 소가죽 같은 걸 대고 쇠못을 박아서 고정시키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안쪽의 가죽이 마르면서 갑옷이 굉장히 단단해지기 때문에 화살과 조총을 막는 방어력이 상당하다. 전투에 가장 특화된 갑옷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장군과 군졸을 포함한 모든 조선군에 두정갑을 입히기로 처음부터 합의를 봤다.”

조선군 의상의 통일성

“장수와 군졸에게 전부 두정갑을 입혔기 때문에 <명량> 때보다는 <한산>에서의 조선군이 훨씬 통일되어 보인다. 컬러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순신 장군만 색도 다르고 형태도 다른 갑옷을 입고 나온다면 다른 군사들과 있는 상황에서 혼자만 동떨어져 보일 것 같았다. 자기 휘하의 장수, 병사들과 함께 고민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장수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서 군사들과 같은 색의 갑옷을 입혔다. 여기서 원균(손현주)만 컬러가 다른 붉은색 옷을 입고 있는데 이건 김한민 감독이 제안한 아이디어다.”

갑옷 등판의 북두칠성

“너무 고증에 치우치면 다큐멘터리가 되고 너무 창작에 치우쳐도 이상해지기 때문에 항상 고증과 창작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그 줄타기의 일환이 바로 장군들의 갑옷 등판에 새겨진 북두칠성이다. 말하자면 좀더 큰 크기의 징이 북두칠성의 형태로 갑옷 등판에 박혀 있는 건데, 이는 고증을 그대로 따른 디자인이다. 사람들이 소원을 빌면 이를 들어주는 일종의 수호신으로서의 의미를 담아 갑옷에 북두칠성 무늬를 넣었다. 김한민 감독에게 ‘갑옷 뒤편에 달면 표시가 잘 나지 않을 텐데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이순신 장군의 고뇌하는 모습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뒷모습을 많이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그 밖에 이순신 장군의 갑옷만이 가진 특징을 이야기해보자면 양쪽 어깨에 견룡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박해일 배우는 이 갑옷을 항상 경건하게 착용했다. 갑옷을 입으면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마음가짐이 들고 감정이 곧바로 잡혀서 좋다고 이야기하던 것이 생각난다.”

다양성 살린 왜군의 의상

“조선은 왕권 중심의 통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갑옷과 배의 규격이 위에서 전부 정확한 수치로 정해져 내려왔다. 그렇기에 조선군의 갑옷도 통일성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일본은 전국시대의 영향으로 각 지방 다이묘(영주)들의 특성에 따라 갑옷이 다 달랐다. 그 자료에 기초해 왜군의 갑옷을 다양하게 디자인했다. 투구는 특히 고증을 많이 따랐다. 영화에도 후지산과 사슴 형태 등 다양한 투구들이 등장하는데 실제로는 전복과 소라, 원숭이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디자인이 있었다. 그리고 본래 투구의 높이는 훨씬 높다. 그걸 그대로 따를 경우, 배우들이 오가는 배의 선체 높이도 더 높아져야 했기 때문에 현재의 크기로 조정해 완성했다.”

와키자카의 금색 갑옷

“와키자카 장수(변요한)의 갑옷들은 사실 눈에 띄는 형태의 디자인은 없었다. 그러던 중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하사한 금색 갑옷에 관해 알게 됐다. 그걸 입고 전투에 나갔다는 설도 있지만 실제로는 입지 않았을 거다. 그 갑옷은 집안의 가보와 다름없었을 테니까. 해당 갑옷의 금색을 와키자카 장수의 의상에 활용해보자 싶어 김한민 감독에게 제안했다. 변요한 배우는 와키자카의 금색 갑옷이 너무 예쁘다며 굉장히 좋아했다. 와키자카는 갑옷을 보호하는 용도인 조끼 진바오리를 종종 입고 나왔는데, 어떻게든 그걸 벗고 싶어 했다. 아마도 갑옷을 더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한번은 현장에서 ‘감독님, 열받으면 조끼를 벗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기에 ‘그럴 수 있지’라고 답했더니 정말로 조끼를 벗고 나온 적이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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