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근무하던 형사 핀은 몇달 전 벌어진 살인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고향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로 그곳으로 파견을 간다. 고향은 스코틀랜드 북서쪽 섬들을 지칭하는 헤브리디스 제도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한 루이스섬의 마을 크로보스트. 그곳 낡은 보트 창고에서 시신 한구가 발견되었는데, 죽은 사람은 핀이 유년 시절 알고 지낸 사이다.
18년 전 도망치듯 고향을 떠났던 핀은, 강풍에 차가운 파도가 해변을 때리고 구름이 어둠을 몰고 다니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유년 시절을 회상한다.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지만 많은 것을 앗아가기도 했다”라는 핀의 표현처럼 물에 빠져 죽은 사람, 어선 전복으로 변을 당한 사람 등 거친 자연 속 사고가 끊이지 않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핀은 쓴맛 가득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학교 입학 전까지 게일어 말고 영어를 배우지 못해 창피했던 기억,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양아치 녀석들에게 맞을 뻔했던 사건, 한 소녀를 두고 단짝 친구와 경쟁하던 일 등은 숨길 만한 과거가 아니겠으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한때의 친구들끼리 입을 꼭 다문 비밀스럽고 진득한 비극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에서 그토록 달아나고 싶어 했으나 수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래전 친구들을 만나는 핀. 소금기 품은 황량한 바닷가를 배경 삼아 젊음의 빛을 잃고 일그러진 친구들이 핀에게 반가움과 원망을 품고 다가온다. 어쩌면 살인 사건을 해결할 열쇠가 핀의 과거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던지며, 책은 바다 마을의 거친 풍경과 어우러진 구가 수렵 행사를 소개한다. 마을 남자들이 매년 8월이면 가넷이 잔뜩 서식하는 작은 바위섬에 노숙하며 새들을 잔뜩 죽여 가지고 오는 행사다. 그 풍경의 위험함과 거침이 손끝에 닿을 것처럼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어, 책장을 끝까지 넘기게 된다. 2021년 영국추리작가협회 주관 대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매김한 피터 메이의 대표작이자 ‘루이스섬’ 3부작의 시작을 여는 작품이다.
437쪽“진실은 바위와 새들이 이루는 혼돈 속에서만 머물 테고, 바람만이 속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