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소식이 연이어 들이닥친 한주였다. 먼저 9월12일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가 TV 드라마 부문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기쁜 소식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날아들었다. 앞서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 여우게스트, 특수시각효과, 스턴트 퍼포먼스, 프로덕션 디자인상까지 수상해 총 6관왕을 차지한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콘텐츠로서 최초의 역사를 써내려가며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더한 ‘로컬’ 파티의 주인공이 되었다. 시상식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이정재의 이름이 호명되던 순간이다. 올해 초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때만 해도 이정재는 조금도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본인의 이름이 불리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반면 에미상에선 한층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무대에 올라 영어와 한국어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석세션>에서 경영권 승계를 놓고 막장 다툼을 벌이는 재벌가 부자지간으로 출연해 드라마에 압도적 몰입감을 불어넣은 브라이언 콕스와 제레미 스트롱을 제치고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린 이정재의 여유로운 태도가 어찌나 보기 좋던지. 그러니까 이건 깜짝 수상도 놀라운 이변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달까. 2년 전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지난해 <미나리>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 올해 <브로커> 송강호의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그리고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까지, 연이은 쾌거를 실시간으로 목격하면서도 비현실적이라 느낀 순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비현실적 감각마저 지나친 겸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세계의 모든 영화 팬들을 슬픔에 잠기게 한 소식이 들려왔다. 9월13일, 누벨바그의 거장 장뤽 고다르 감독이 91살로 세상을 떴다. <네 멋대로 해라>로 현대영화의 포문을 열었고 70년간 왕성하게 혁신적이고 전복적이었던 고다르의 죽음은 그 자체로 한 시대의 죽음처럼 다가와 깊은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부고기사를 쓴 이지현 평론가는 “오랜 기간 동안 그는 존재만으로도 예술영화의 거대한 한축을 담당했다”며 그의 죽음과 함께 “현대영화를 지탱하던 비가시적인 기둥도 함께 사라졌다”고 했다. 다음주에는 먹먹한 마음을 가다듬고, 더 긴 지면을 할애해 고다르를 애도하는 글을 실을 예정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소식도 전한다. 힙합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래퍼 딥플로우가 이번주를 끝으로 ‘딥포커스’ 연재를 마치게 되었다. 당분간은 음악으로 그를 만나게 되겠지만, “또 다른 즐거운 아이디어와 함께라면 딥포커스는 돌아온다”고 했으니 언젠가의 컴백을 기꺼이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