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오디오 콘텐츠가 뜬다] ②오디오 드라마, 오디오 무비...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2022-09-22
글 : 조현나

2019년, 배우 수애가 웹소설 <재혼황후>의 일부 대사를 낭독하는 짧은 영상이 네이버 시리즈 채널에 업로드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청자들은 ‘책으로 볼 땐 가볍게 넘긴 대사가 다르게 와닿는다’는 댓글을 남겼고 첫 번째 영상은 조회수 118만회, 두 번째 영상은 342만회를 기록했다. 2021년, 네이버는 <재혼황후>의 오디오 드라마를 공개했고 지난해 11월에 시리즈가 완결됐음에도 <재혼황후>는 여전히 구독자 수 1위를 지키고 있다. 한편 카카오페이지는 웹소설 원작 <사내맞선>과 웹툰 <이미테이션>의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는데, 두 작품 모두 TV드라마로 방영된 바 있음에도 청취자 수 1위(<사내맞선>)와 5위(<이미테이션>)를 기록하고 있다. 원작이 있고 심지어 영상화된 작품일지라도 인기작을 오디오 콘텐츠로 소비하길 원하는 청취자의 관심이 그만큼 뜨거운 것이다.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12월 음악 서비스 바이브에 다양한 형식의 오디오 콘텐츠를 선보이는 ‘오디오 탭’을 신설했는데, 이후 바이브의 신규 설치자가 일 평균 2배 증가했고 오디오 콘텐츠 이용자 수도 1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반경자 네이버 오디오 서비스 리더)고 전한다. 소리로만 내용을 전달한다는 제약을 전제로 오디오 콘텐츠가 다변화를 꾀하는 현재, 팟캐스트와 오디오북을 넘어 새롭게 주목해야 할 것은 오디오 드라마, 그리고 오디오 무비다. 내러티브 전달 면에서 오디오 드라마와 오디오 무비는 다른 오디오 콘텐츠와 완전히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운드의 밀도와 높은 완독 지수

오디오 드라마와 오디오 무비는 어떤 차별점을 지녔는가. 우선 오디오 드라마부터 살펴보자. 오디오 드라마와 오디오북은 활자화된 원작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작품에 참여하는 발화자의 수가 다르다. 가령 오디오북은 주로 한명의 성우나 배우가 참여해 낭독하는 시스템이라면 오디오 드라마는 여러 명의 성우가 개별 캐릭터를 맡아 연기한다. 또한 오디오 드라마는 매체 형식에 맞게 내용을 각색하고, 로맨스와 스릴러 등 장르에 따라 음향과 음악을 다층적으로 가미하기 때문에 사운드의 밀도가 높아진다. 황선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업개발 이사는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할 때 “연기자의 목소리와 음향효과를 적절히 사용하며 시각적 공백을 상상력으로 채워주는 연출의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제공 시간도 상이하다. 책 한권을 낭독하는 오디오북이 일반적으로 완독까지 짧게는 1시간가량, 길게는 5~6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면 오디오 드라마는 회당 평균 10분 내외, 길어도 15분을 넘기지 않는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에 따르면 “인기 오디오북 <불편한 편의점>과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완독 지수는 각각 20%, 36%지만, 오디오 드라마인 <놈의 기억>과 <별안간 아씨>의 완독 지수는 평균 70%에 이른다”. 오디오 드라마가 말 그대로 ‘스낵 콘텐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청취자들이 쉽게 청취를 시도하고 완독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달라진 청취 패턴과도 연계된다. 시장 조사업체 스태티스타가 ‘2018년 9월 대한민국에서 오디오 콘텐츠를 가장 많이 듣는 장소’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가 자동차나 대중교통에서 오디오 콘텐츠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오디오 드라마의 짧은 분량은 “이동하고, 공부하고, 휴식을 취하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층의 멀티태스킹 형태”(반경자 리더)에도 걸맞은 것이다.

<재혼황후> <이미테이션> <사내맞선>의 사례로 살펴봤듯이 현재의 오디오 드라마는 인기 책, 웹툰, 웹소설을 오디오 콘텐츠화한 경우가 많다. 드라마 CD 제작사인 오디오코믹스와 밤바다도 100여편이 넘는 원작 책과 웹툰, 웹소설을 오디오 드라마화했다. 웹툰, 웹소설의 인기와 2차 저작물인 오디오 드라마의 인기가 일정 부분 결부되어 있다는 방증이다. 황선재 이사 또한 “<김비서가 왜 그럴까> <경이로운 소문> <사내맞선> 등 카카오페이지 오리지널 노블코믹스가 연달아 드라마화에 성공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카카오페이지가 보유한 원천 콘텐츠(IP)의 멀티유즈에 대한 확신과 동시에 확장의 필요성을 느껴” 오디오 드라마 제작을 결정했다고 전한다. 원소스 멀티유즈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오늘날,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밀리의 서재 등을 포함한 오디오 콘텐츠 제공 플랫폼들은 오디오 콘텐츠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지닌 IP만 확보된다면 오디오 드라마를 계속해서 제작해나갈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

오디오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

최근 네이버는 오디오 드라마 외에도 오디오 무비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 2020년엔 오디오클립을 통해 <남과 여> <두근두근두근거려> <그대 곁에 잠들다>를, 2021년에는 네이버 바이브에서 <층>을 공개했다. 특히 “<층>은 본편 공개 한달 만에 재생 수 100만회를 돌파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반경자 리더). 네이버 바이브에서는 9월26일 오디오 무비 <극동>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공개된 오디오 무비처럼 성우가 아닌 배우가 출연해 목소리 연기를 펼치고, 회당 러닝타임은 10분 정도다. 또한 그래픽과 자막 등 화면 지원을 통해 극중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극동>을 제작한 부밍스튜디오스의 김호성 제작자는 이러한 오디오 무비의 확장 가능성에 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첫째로 “기존 영화에 비해 제작비와 제작 시간이 적게 들”고, 둘째로 “앰비언스 사운드 등의 음향 및 음악만 잘 제작해둔다면, 발화자를 로컬 배우로 바꿔 해외 수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디오 드라마, 오디오 무비의 확장 가능성이 분명한 만큼 나아가야 할 지점들도 있다. 무엇보다 오디오화가 가능한 슈퍼 IP를 발굴해야 하며 “OTT 콘텐츠와 숏폼 콘텐츠가 활발히 제작되고 유튜브가 성행하는 시대에 오디오 엔터테인먼트의 포지셔닝을 제대로 확보”(황선재 이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수익 구조에 관한 고민도 과제로 남아 있다. 오디오 드라마와 오디오 무비의 경우 처음부터 무료로 공개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제공되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경자 리더는 현재로선 “보다 많은 사용자들이 오디오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경험하는 상황이 늘길 바라고 있”으며 소비자층이 안정화된 후 “자체 플랫폼을 통해 수익 활동까지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취자들이 주저 없이 소비할 좋은 오디오 콘텐츠들이 증가”(김호성 제작자)한다면, 오디오 드라마와 오디오 무비를 포함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보다 다채롭게 확장되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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