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나라에서 Dozens of Norths
야마무라 코지 / 일본, 프랑스 / 2021년 / 64분 / 국제경쟁
10월22일 20:30 CGV 부천 5관
10월24일 13:30 CGV 부천 5관
일본 인디 애니메이션의 거장이자 아동 그림책 작가인 야마무라 코지 감독은 <북쪽 나라에서>를 통해 2D 애니메이션의 심미성을 극적으로 실험한다. 그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기도 한 <북쪽 나라에서>는 설명적 대사도, 인과관계가 뚜렷한 사건의 나열도 거부한다. 무성영화 형식으로 화면 위에 떠오르는 텍스트를 느슨한 의미망 삼아 거대한 몽타주의 조합이자 낯선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을 시도하는 작품이다. 어느 북쪽 나라의 춥고 외로운 밤, 잠든 소녀의 머리는 커다란 언덕이 되고 난쟁이 요정과 동물, 여행자들은 마치 꿈의 세계에서 박제된 듯 추상적 조형의 일부가 된다. 쓸쓸하게 잠든 어느 이방인의 외로운 내면이어도, 상징적으로 치환된 현실의 한 대목이어도 납득이 갈 만큼 <북쪽 나라에서>는 전위적인 내러티브를 넘어 거대하고 분명한 정서를 안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애니메이션의 힘이라 할 만하다. 카메라의 이동을 통해 정지된 평면을 무한한 시공간으로 넓히는 감각, 정적인 장면을 추구하기에 역설적으로 강조되는 움직임들, 인간과 사물, 풍경이 하나로 뒤섞이는 신체 변형의 모티프가 야마무리 코지 작업의 정수이자 아름다움으로 깊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의외의 순간에 빠르고 거친 템포의 음악들이 튀어나와 음악적인 생명력 또한 남다르다. 야마무라 코지는 2002년 <마운틴 헤드>로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 75회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 노미네이션으로 이름을 알린 이후 <늙은 악어 이야기>, <프란츠 카프카의 시골의사>, <마이브릿지의 끈>, <사티의 퍼레이드> 등 단편영화로 꾸준히 주목받았으며 <북쪽 나라에서>는 그의 첫 장편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