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호러 팬들이 싫어하는 용어 중 ‘엘리베이티드 호러’(elevated horror)라는 게 있다. 번역하면 ‘고급 호러’ 정도가 되려나. 저질스러운 다수의 호러영화와 비교되는 예술적이고 고상하고 깊이 있는 호러. 호러 역사를 조금이라도 판 사람이라면 어리둥절해지고 조금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모든 장르는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과 함께 소수의 걸작들을 생산해내고 호러 장르도 예외는 아니다. 단지 호러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들이 장르 성격상 좀 튈 뿐이다. 그러니 굳이 ‘엘리베이티드’ 같은 형용사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예술적이고 고상하고 깊이 있는’ 걸작들은 이 장르 탄생부터 있었다. 그중 일부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류의 호러를 굳이 구분하고 싶다면 오래전부터 쓰인 ‘아트 호러’라는 용어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굳이 새로운 용어를 만든다면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A24는 그 이유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지난 10월12일 <인디와이어>는 ‘엘리베이티드 호러’라는 용어가 2019년경부터 조던 필의 <겟 아웃>과 A24가 제작한 호러영화들을 지칭하기 위해 쓰이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요새 ‘엘리베이티드 호러’로 분류되는 영화들의 리스트를 짜보자. 그리고 A24가 제작, 배급한 호러영화 리스트와 비교해보자. <더 위치> <유전> <미드소마> <세인트 모드> <멘>… 그리고 이 ‘엘리베이티드 호러’ 영화들을 빼면 A24가 지난 10년 동안 쌓아올린 평판과 명성 역시 온전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 리스트의 영화들을 보면 ‘엘리베이티드 호러’라는 용어의 필요성이 드러난다. 한마디로 이건 변명이다. 일반적인 호러영화의 자극을 기대하고 온 관객에게 이 영화들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적어도 장르적으로 무섭지는 않다. 그 때문에 <유전> 같은 영화는 당시 평론가의 평점과 관객 평점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평론가들은 이 영화들이 대중이 생각하는 호러영화의 기대와는 상관없는 매력과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다른 종류의 기대와 인내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걸 설명해야 한다. 재수없는 용어지만 ‘엘리베이티드 호러’는 여기서 유용한 도구이다.
그 결과 관객은 어느 지점부터 A24 그리고 그 회사 바깥에서 나오는 A24스러운 호러영화들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미드소마>가 <유전>보다 팬이 많다면 그건 그 짧은 기간 동안 관객이 A24에서 나오는 호러영화들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관객이 늘어나면서 A24발 호러영화들은 더 다양해졌고 호러 도구들을 더 다채롭게 활용하게 되었다. 그중 일부, 그러니까 데이비드 로어리의 <고스트 스토리>, <그린 나이트>, 로버트 에거스의 <라이트하우스> 같은 영화는 호러 관습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긴 하지만 굳이 장르 호러영화가 되려고 하지는 않는다.
아직 A24는 호러 장르의 영역에서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하지는 않았다. A24의 호러영화들은 모두 지난 몇십년 동안 숱한 선배들이 피를 흘려가며 다지고 쌓은 영토 위에 있다. 하지만 A24는 일반적으로 쉽게 무시되거나 주저하며 접근하지 못했던 이 영토에 속한 영화들에 안정된 제작 환경과 고정된 관객을 제공했다. 심지어 <스크림> 시리즈의 최근작 <스크림>(2022)에서 ‘나는 난도질하는 슬래셔보다 엘리베이티드 호러가 더 좋아!’라는 대사를 별다른 잘난 척 없이 읊는 캐릭터들이 나왔으니 이 정도면 대성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