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2022 프랑스 영화 주간②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아델 에넬, 노에미 메를랑, ‘라비앙 로즈’ 마리옹 코티야르 外
2022-11-22
글 : 김소미

아델 에넬

<120 BPM>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아델 에넬은 카메라 뒤편에서 배우일 때만큼, 아니 어쩌면 배우일 때보다 더 캐릭터적으로 존재하며 자신의 개성을 연기에서도 지속적으로 발휘해 주연으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현대에 몇 안되는 ‘성격파 배우’라 할 만하다. 길거리 시위에서 처음 캐스팅되었지만 “너무 많은 시위에 나갔던 탓에 정확히 어느 시위인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무심함과 호전성은 <120 BPM>에서 증식하는 에이즈 세포에 맞서는 성 소수자들의 심장박동처럼 생생하게 요동친다. 야수 같은 배우의 온몸을 아름다운 공단 드레스로 감싸 길들인 셀린 시아마의 영화에선 언뜻 순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내 드레스 자락에 불을 붙여가며 스스로 타오르기를 자처한다.

리나 쿠드리

<가가린>

<가가린>

요즘 눈 밝은 유럽의 필름메이커들은 알제리계 프랑스 배우 리나 쿠드리의 열정에 매료되어 있다. 쿠드리는 <파피차>에서 히잡 착용을 강요하는 사회에 맞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알제리 대학생을, <프렌치 디스패치>에선 열성적인 학생 운동가를 연기하면서 아직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청춘의 대변자로 자리 잡았다. 12월 개봉을 앞두고 프랑스 영화 주간에서 먼저 공개된 <가가린>도 예외는 아니다. 쿠드리는 철거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파리 외곽의 집단주택단지 가가린을 배경으로 ‘기계 덕후’를 자처하는 로마 소녀 다이아나가 되어,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소년 유리의 애달픈 판타지에 묘한 낙관을 불어넣는다.

노에미 메를랑

<파리, 13구>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파리, 13구>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사랑의 혼미함과 멜랑콜리, 정열을 온화하게 담아냈던 노에미 메를랑은 <파리, 13구>에서 온라인 포르노 스타로 오해받아 곤욕을 치르는 대학생이자 부동산 중개인 노라를 연기했다. 메를랑의 진정한 매력은 그가 내향적이고 외로운 인물로 존재할 때 드러난다. 디지털 세계의 초연결 속 고독을 곱씹는 밀레니얼의 초상을 대변한 <파리, 13구>의 메를랑은 선뜻 용기내지 못하는 평범한 이들이 실은 얼마나 사랑을 갈구하는지, 결심한다면 얼마나 놀라운 용기를 낼 수 있는지 넘침 없이 보여준다.

엠린 바야르

<베카신!>

<베카신!>

명화에서 돌출한 존재 같다. 엠린 바야르의 고전적 분위기는 종종 낯설 정도로 독보적이다. 1905년 탄생, 프랑스 만화 최초의 여성주인공으로 여겨지는 베카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베카신!>은 기술 발전과 함께 일상의 풍경도 급변하기 시작한 20세기 초 프랑스를 살아가는 어느 순박한 여인의 파리 입성기를 담았다. 하얀 두건에 초록 원피스, 붉은 오리 우산으로 기억되는 베카신은 냉소와 물질만능주의를 물리치고 창백한 피부 위에 홍조와 미소를 즐겁게 장식한다.

이자벨 위페르

<미세스 하이드> <다가오는 것들>

<다가오는 것들>

미아 한센뢰베 감독이 지금껏 발표한 8편의 장편영화 중 최고작은 <다가오는 것들>이 아닐까? 그 중심엔 남편의 외도와 닥쳐오는 노화 속에서 삶의 새 균형을 찾고자 하는 철학 교사 나탈리, 이자벨 위페르가 있다. 우아함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와 그에 비례하는 인간의 우스꽝스러움을 이해하는 탁월한 인간 관찰자인 위페르는 내면의 어둠조차도 때로 사랑스럽게 표현해내는 감각으로 장년의 커리어를 부지런히 직조하고 있다. <미세스 하이드>에선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기술반 교사가 감전 사고 이후 겪는 모종의 심리적 변화를 따라간다.

마리옹 코티야르

<라비앙 로즈> <러스트 앤 본>

<러스트 앤 본>

12월 국내 리마스터링 재개봉을 앞둔 <라비앙 로즈>가 프랑스 영화 주간에서도 소개된다. 1960년 파리 올랭피아에서 개최된 마지막 공연에서 <Non, Je Ne Regrette Rien>를 부르는 에디트 피아프로 변신한 마리옹 코티야르는 프랑스 최초로 제8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초승달 같은 눈썹과 노래의 절정부의 드라마틱한 제스처까지 재현해낸 코티야르는 이후 <러스트 앤 본>에서는 사고로 하반신 장애를 갖게 된 범고래 조련사가 되어 다시 한번 강렬한 육체적 정동을 스크린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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