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2022 프랑스 영화 주간③ ‘프랑스’ 레아 세두, ‘아멜리에’ 오드레 토투, ‘라 붐’ 소피 마르소 外
2022-11-22
글 : 김소미

에바 그린

<몽상가들> <프록시마 프로젝트>

<프록시마 프로젝트>

루브르박물관을 질주하는 아나키스트(<몽상가들>), 제임스 본드를 유혹하는 회계사(<007 카지노 로얄>), 소녀들의 조용한 지배자인 다이빙 선생님(<크랙>)이었던 에바 그린은 작품을 거듭할 때마다 조금씩 판타지적 여성상을 깨고 현실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 홀로 딸을 키우는 우주비행사를 연기한 <프록시마 프로젝트>에선 우주로 향하는 고된 준비 과정과 함께 어린 딸 스텔라와의 애착을 조정하는 시간을 고요하게 담아냈다. 팜므파탈의 행성을 떠나 우주 밖으로 향하는 에바 그린은 이 영화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인하고 절제된 느낌을 준다.

레아 세두

<프랑스>

<프랑스>

데뷔 이래 한번도 주목받지 않은 적 없지만 <프랑스>는 그럼에도 레아 세두의 커리어에서 특별한 영화다. 국가의 이름을 곧 캐릭터의 이름으로 치환한 이 작품에서 스타 저널리스트 ‘프랑스’를 연기한 레아 세두는 홀로 스크린을 장악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관객이 잠시 잊게 만든다. 윤리적 혼란과 미디어의 지배 속에서 신음하는 동시대 사회의 풍경은 물론, 쇼 비즈니스의 일원인 배우 자신을 다면경처럼 반영해내는 흥미로운 영화, 그리고 연기다.

오드레 토투

<아멜리에>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아멜리에>

파리가 엄청나게 키치한 도시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준 배우들이 있다. <아멜리에>에서 엉뚱하고 유머러스하며, 낭만적인 아멜리에를 연기해 전세계 관객이 몽마르트르에 대한 동경을 더욱 키우게 한 오드레 토투가 대표적인 예. 장피에르 죄네의 <아멜리에>가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의 세피아 톤을 충실히 이어받되 신비 대신 활기를 입을 수 있었던 데엔 토투가 가진 동화적인 분위기 또한 든든한 바탕이 됐다. 약 20년이 흘러 <함께 있을 수 있다면>에 이르면 파리는 한층 건조한 도시가 되지만,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화가 지망생 카미유(오드레토투)는 낯선 이와의 동거를 꾀하며 끝내 파리지앵다운 유쾌함을 유지한다.

소피 마르소

<다 잘된 거야> <라 붐> <라 붐2>

<라 붐2>

<라붐>(1980)에서 <다 잘된 거야>(2022) 사이에 놓인 세월의 두께에 우선 감탄해도 좋다. 사랑의 축제 속에서 들뜬 얼굴로 밤을 지새던 15살의 소피 마르소는 안락사를 원하는 아버지를 돌보는 중년의 딸이 되어 오랫동안 죽음의 테마에 천착해온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관심사를 완숙하게 매듭짓는다. 디스코장을 누비며 사랑과 우정을 속삭이던 10대가 <브레이브 하트> <007 언리미티드> 같은 굵직한 작품을 거쳐 삶과 죽음의 경계를 선택해야 하는 어른의 나이에 이르는 동안, 소피 마르소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얹힌 주름이 대신 말해주는 듯하다. ‘다 잘 풀려왔다’(Tout s’est bien passe, Everything Went Fine)라고.

스테이시 마르탱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라스 폰 트리에의 <님포매니악>으로 데뷔한 스테이시 마르탱은 노출 수위와 촬영 과정의 세부를 둘러싼 자극적인 관심에 휘둘리지 않은 채 여유롭고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만난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는 누벨바그의 영웅 고다르가 얼마나 주변인들로부터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연약한 인간이기도 했는지 조명하는 드라마다. 스테이시 마르탱은 고다르의 연인이자 고집스러운 배우였던 안 비아젬스키를 연기하며 언뜻 수줍고 조용해 보이는 사람 안에 숨겨진 칼 같은 심지를 보여준다.

카트린 프로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

프랑스 관객이 신뢰하는 이름인 카트린 프로는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 속 확신과 긍지의 ‘로즈 메이커’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배우다. 기업화된 농장들에 밀려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음에도 60대의 이브(카트린 프로)는 외부의 매수 제안을 뿌리친 채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키려 한다. 종종 장미처럼 날카로운 가시를 뻗치는 카트린 프로의 프렌치 무드에 반하고, 베테랑 배우가 묘사하는 감정적 취약함과 위트에 마음을 움찔하게 된다. 대중을 위해 마련된 반자본주의적인 우화는 그렇게 모순 속에서도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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