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②, 경험하라, 체험하라, 탐험하라
2022-11-25
글 : 조현나
‘이노베이션-전시’ 섹션에서 소개된 AR, VR, XR 작품들

‘이노베이션-전시’ 섹션은 TCCF 개막 6일 전, 11월3일부터 마지막 날인 13일까지 가장 오랜 시간 관객과 함께한 행사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작품 이용 시간이 마감됐을 만큼 인기가 많았다. 이회근 문화과학기술처장은 “이번 전시에선 단순히 테크놀로지와 영상 매체가 합작한 결과물 외에도 대만의 AR, VR, XR 기술이 어떤 성취를 이루어냈는지 폭넓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총 19개의 AR, VR, XR 작품들은 전시장을 찾은 관객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공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전시장의 풍경과 함께 그중 주목해야 할 몇몇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장은 우주 컨셉으로 꾸며져 있으며, 전시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일종의 가상 세계를 탐험하는 것처럼 작품을 배치했다.

<The Man Who Couldn’t Leave>. 대만 작가 첸싱잉의 작품으로, 계엄령으로 다스려지던 1950년대 대만의 ‘백색 테러’ 시기를 VR로 경험할 수 있다. 정치범으로 몰려 감옥에 갇힌 피해자들의 시선으로 가족에게 닿지 못한 이들의 슬픔과 그리움, 두려움, 희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VR만이 재현해낼 수 있는 강렬한 체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제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VR부문인 ‘베니스 이머시브’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파놉티콘을 실재화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The Eye and I>는 ‘지상의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한쌍의 눈’에 관한 이야기에서 출발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현대사회를 풍자적으로 그려냈다. 체험이 시작되면 눈앞엔 수많은 사람들이 사각형 형태의 집에 갇혀 일상을 지속하는 풍경이 나타난다. 관람자는 아무 곳으로든 들어가 이들의 행동을 엿볼 수 있는데, 섬뜩한 것은 그 누구도 관람자의 침입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장의 전시장은 이 관람자 또한 외부의 누군가로부터 플레이 과정을 전부 감시당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Eternal Notre-Dame>은 프랑스대혁명, 그리고 2019년에 두 차례 화재에 휩싸였던 성당의 재건 과정을 기술적으로 구현해낸 작품이다. VR 기기를 착용하면 관람자는 시공간을 초월해 중세 시대에 당도한다. 눈앞에 나타난 가이드를 따라 성당 안으로 들어간 뒤론 화재가 일어나기 전부터 복구하기까지의 과정을 관람할 수 있다.

그야말로 방구석에서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XR LIVE Concert: Elephant Gym X Flesh Juicer>는 대만의 인디밴드 ‘엘리펀트 짐’과 ‘플레시 주서’의 콘서트 현장을 확장현실(XR: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종합적으로 차용한 기술)로 구현한다. 360도로 회전하며 두 밴드의 연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노래를 완벽히 알아들을 수 없어도 체험이 지속되는 7분여 동안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기가 쉽지 않다.

사진제공 TCC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