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과 LGBTQ+는 현재 대만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제 중 하나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작품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고, 그렇게 제작된 대만의 BL, LGBTQ+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에 TCCF는 BL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생산, 유통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대담을 진행했다. 11월9일 열린 해당 행사에서는 송가림 영상콘텐츠부문 총담당, 김경은 라쿠텐 그룹 스트리밍부문 아시아 콘텐츠 담당, 채행진 라인TV 운영자, ‘WBL 시리즈‘의 채비교 총괄 PD, 강서지 감독, 판심혜 요이스 제작사 총괄 PD, 임폐유 창이부레 작업실 담당자가 참석해 대화를 나눴다.
대만의 BL 콘텐츠는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을까. 김경은 담당은 “일본 라쿠텐TV 시청자 중 BL 콘텐츠 시청자는 2년 전에 비해 20배 늘었다”라며 대만의 BL 작품이 다른 국가에 비해 팬층이 두텁다고 말했다. “BL 콘텐츠 소비자들이 대체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적은 예산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고”(채비교), “해외 판권과 굿즈 수익도 높아 플랫폼과 제작사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채행진)라는 점이 언급됐다. 또한 신인배우와 작가, 감독이 커리어를 빠르게 쌓을 수 있고, 이미 스타가 된 이들도 많다.
보완되어야 할 점 또한 논의됐다. 신인배우들이 다수 포진한 만큼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여 몰입감 있는 연기를 펼치고, BL 장르가 익숙지 않은 관객에게도 동성간의 사랑이 어색하지 않게끔 연출하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심혜 총괄 PD는 “배우뿐만 아니라 좋은 작품을 쓰고 연출할 작가와 감독의 인재 발굴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1월11일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LGBTQ+, BL 콘텐츠 플랫폼 가가울랄라의 CEO 제이 린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60여개의 작품을 보유한 가가울랄라는 최근 퀴어 드라마 <처음 꽃향기를 만난 순간>으로 대만 금종장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각본상을 손에 거머쥐었다. 제이 린은 이를 두고 “세계의 진보”라며 가가울랄라의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처음 꽃향기를 만난 순간>은 이미 시즌2가 기획되어 있다. “BL 콘텐츠에 비해 GL(Girl’s Love) 콘텐츠는 편수가 적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작품의 배우들, 유명 퀴어 인사들과 합작해 팬 이벤트도 기획 중이라고 한다. 음악 BL 드라마인 <퍼스트 노트 오브 러브>(First Note of Love)와 BL영화 <소광> 등을 통해 음악·게임 회사 등 다른 업계와 다앙한 방식으로 제휴할 수 있다는 자체 IP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BL, LGBTQ+ 콘텐츠 소비자들은 충성심이 높기 때문에 하나의 IP로 매체를 다양화하면 그에 따른 부가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 밖에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로맨스 버라이어티가 높은 인기를 얻은 점을 토대로, 데이트 버라이어티 <보이스 라이크 보이스>(Boys Like Boys)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작품은 현재 글로벌 오디션까지 마친 상태. 또한 코믹 시트콤 <파파 앤드 대디>(Papa & Daddy) 시즌2를 제작하고 나아가 관련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아이들도 이성애, 동성애에 관해 다채로운 시각을 배우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