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아바타: 물의 길’ 관람 전 봐야 할 다섯가지 키워드
2022-12-14
글 : 송경원

<아바타>가 바꾼 세상

21세기 영화는 <아바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09년 <아바타>는 극장에 일대 변화를 불러왔다. 1950년대 영화산업의 위기가 찾아오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시네마스코프가 탄생했다. 스크린의 좌우가 극적으로 커진 이후 60여년을 지속해온 영화 보기의 방식은 다시 찾아온 위기 속에서 <아바타>와 3D라는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적으로 말해 <아바타> 속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3D 열풍은 빠르게 사그라들었고 극장은 다시 아이맥스, 돌비 사운드 시스템 등 여러 가능성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3년 후 마침내 전설은 이어진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바타: 물의 길>이 무려 13년 만에 그 실체를 드러낼 준비를 마쳤다.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의 초안을 구상한 건 1994년이었다. 상상력을 실현시킬 기술의 단초도 마련되지 않은 시점부터 시작된 이 오래된 꿈은 3D, 퍼포먼스 캡처 등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물리적인 실체를 갖추고 스크린에서 현실이 되었다. <아바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영화가 아니다. 이미 마련된 기술들을 제대로 활용한 영화에 가깝다. 속편이 걷는 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질문한다. “<아바타: 물의 길>에서 우리가 사용한 기술은 <아바타>에 비해 상당히 진보되었다. 그렇다면 진보한 기술이 관객의 관점에서 더 나은 영화를 만들어주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관객이 관심을 가지는 건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다.” 제임스 카메론에게 13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는 자신의 상상력을 구현할 기술이 모자랐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미지의 영토를 개척하는 모험가라기보다 차라리 커뮤니케이터에 가깝다.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 부족과 소통하고 스며드는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처럼.

가족보다 더 큰 주제는 없다

<아바타>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우주의 개척, 원주민과의 충돌과 소통은 단지 무대를 우주로 옮긴 서부극의 변주라고 해도 무방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집단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기본적인 이야기 틀은 케빈 코스트너 감독, 주연의 <늑대와 춤을>(1990)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제임스 카메론은 이 익숙하고 오래된 이야기가 굴러가기 위해 필수적인 것은 “어떻게 공감시킬 것인지”에 달렸다고 통찰한다. 그리하여 제임스 카메론이 택한 교감의 통로는 다름 아닌 ‘가족’이다. “보편적으로 가족보다 더 큰 주제는 없다”는 제작자 존 랜다우의 말처럼 <아바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1편에서 종족의 벽을 뛰어넘어 하나가 된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와 나비족 부족장의 딸 네이티리(조에 살다나)는 이제 가정을 꾸려 네테이얌(제이미 플래터스)과 로아크(브리튼 돌턴)와 투크(트리니티 블리스)를 낳는다. 여기에 입양한 10대 딸 키리(시고니 위버)와 전쟁 고아인 스파이더(잭 챔피언)가 더해져 가족이라는 요새가 완성된다. 1편에서 지구의 자원개발청(RDA)이 언옵타늄이라는 광물 채굴을 위해 파견된 민간 기업이었다면 이제는 지구인 전체가 판도라의 식민지화를 목적으로 대거 이주해온다. 더이상 인간이 살기 힘들 정도로 황폐화된 지구를 뒤로한 채 건너온 이들과의 분쟁은 이제 이익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확장된다. 자신들을 노리는 RDA의 특수부대를 마주한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제이크 설리 가족은 딜레마에 봉착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옳은 일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가족을 위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 일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가?”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이것이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인가? 세계가 아무리 확장되고 무대를 옮겨도 좋은 이야기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상상력의 고향, 바다 속으로

설리 가족은 RDA의 집요한 추적을 피하고자 숲을 떠나 바다로 간다. 이들을 받아준 멧케이나 부족은 산호초를 기반으로 한 부족 중 하나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가 1편의 흥행을 등에 업은 속편 이상이 되길 바랐다. 그 결과 5편까지 구상된 시나리오는 판도라 행성 곳곳의 다양한 생태계를 탐험한다. 제작자 존 랜다우는 말한다.

“판도라는 이 영화에서 하나의 캐릭터다. 우리는 판도라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한 은유로 사용해왔는데, 알다시피 인류가 전세계를 여행한 것이 무척이나 오래되었음에도 아직까지 지구의 경이로움을 다 보지 못했다. 그래서 제임스 카메론은 이야기의 배경을 계속 판도라로 하고 판도라의 새로운 생물군과 새로운 문화를 탐험하기로 결정했다. 바다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바탕으로 이번 이야기의 무대를 바다로 정했다.” 어쩌면 바다는 제임스 카메론의 고향이라고 해도 좋겠다. 오늘날 제임스 카메론을 상징하는 것을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한다면 SF, 바다, 그리고 CG일 것이다. 이 세 가지가 모두 교차한 결과물이 다름 아닌 1988년작 <어비스>다. 제임스 카메론의 유일한 흥행 실패작이기도 한 <어비스>는 역설적으로 제임스 카메론의 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어비스>에서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심해의 세계, 물의 이미지를 스크린에 구현했으며 스스로 잠수정을 타고 바닷속을 탐험하며 이를 다큐멘터리 <딥씨 챌린지>(2014)에 담기도 했다(제임스 카메론은 2012년 지구의 가장 깊은 지점까지 단독 잠수한 기록을 세웠다). 돌이켜보면 역대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타이타닉>(1997)도 바닷속에 잠든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하는 영화다. <타이타닉> 이후 처음으로 제임스 카메론과 재회하는 배우 케이트 윈슬렛이 멧케이나 부족의 일원 로날 역으로 캐스팅된 건 우연이 아니다.

세계의 창조, 비결을 엿보다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 시리즈를 위해 하나의 행성, 하나의 생태계를 창조한다. 여기에는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것은 실재한다’는 원칙이 작동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게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에서 그 기원과 원형을 빌려오는 것에 가깝다. 이것은 제임스 카메론의 창작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아바타: 물의 길>의 주요 무대가 되는 판도라의 바다도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산호초를 거점으로 생활하는 멧케이나 부족은 물속 생활에 적응한 신체를 갖추었다. 큰 손, 넓은 가슴과 흉곽, 팔과 다리의 측면을 따라 난 지느러미, 널찍한 꼬리까지, 이들의 신체는 지구 생물들의 여러 조각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디자인이다. 멧케이나 부족이 특별한 영적 관계를 맺고 있는 툴쿤은 91m까지 자라는 고래처럼 생긴 지각 있는 생물종이다. 지구의 진짜 주인이 고래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툴쿤은 이번 영화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 밖에도 <아바타>의 비행생물 이크란에 해당하는 수상생물 일루는 만타가오리를 바탕으로 수장룡의 긴 목과 제트전투기의 날개를 결합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또 날치에서 영감을 받은 스킴윙을 비롯한 다양한 해양생물이야말로 <아바타: 물의 길>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좋겠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볼거리, 새로운 도전

<어비스>는 CG 시대의 문을 열었고, <아바타>는 퍼포먼스 캡처를 통해 CG 캐릭터와 연기의 전환점을 제시했다.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수중 퍼포먼스 캡처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수중 퍼포먼스 캡처 촬영의 열쇠는 사람들이 제대로 헤엄치고, 제대로 물에서 나오고, 제대로 다이빙하도록 실제로 물속과 수면에서 촬영하는 것이었다. 동작이 진짜이므로 진짜처럼 보인다. 그리고 감정도 진짜였다.”(제임스 카메론) 이를 위해 제작진은 맨해튼 비치 스튜디오에 길이 약 36m, 폭 약 18m, 깊이 약 9m에 96만6천 리터 이상의 물을 수용하는 거대한 물탱크를 설치, 퍼포먼스 캡처 스테이지를 마련한다. 여기엔 2m 직경의 선박 프로펠러 2개로 이뤄진 이른바 ‘레이스 트렉’이 설치되었는데, 이를 통해 “해안에서 부서지는 파도도 만들고 캐릭터들이 파도에 맞으면서 물에서 나오는 모습도 연출할 수 있다. 해양생물과 캐릭터들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파도에 맞고 대사를 치는 동시에 숨을 쉬는 등 파도와의 상호작용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스탭과 배우들은 물속의 기포를 줄이기 위해 프리다이빙을 배우기도 했다. 2017년 9월부터 18개월 동안 이어진 퍼포먼스 캡처 촬영을 통해 이번 작품뿐 아니라 4편의 속편 작업을 모두 완성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덕분에 끊기지 않는 사실감, 연결된 연기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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