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국제시장>의 흥행으로 쌍천만 감독이라는 수식어로 불리기 전에 윤제균 감독은 <두사부일체>로 데뷔한 코미디 감독이었다. 영화 <영웅>을 통해 윤제균 감독의 이름에 뮤지컬영화 감독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더해졌다. <영웅> 속 노래 시퀀스가 각각 다른 컨셉으로 짜인 것처럼 감독의 필모그래피도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지고 있다. <영웅>은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영화라는 점 외에도 독보적인 흥행 감각과 대중성을 발휘해온 윤제균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모았다. 뮤지컬 <영웅>의 무대적 감흥을 극장에 옮기기 위해 어떤 고민과 도전을 했을까. 윤제균 감독의 <영웅>은 이렇게 시작되고 완성됐다.
-언론 시사 이후 어떤 이야기들을 들었나.
=언제나 개봉을 앞둔 이 시점이 제일 떨린다. 기자 시사 후 반응이 좋아서 감사하고 가족들이 함께 보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기뻤다. <국제시장> 때도 무대인사 다닐 때 아버지가 아이와 자신의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에 온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내게는 잊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한 풍경이었다. <영웅>의 경우도 삼대가 모여서 영화를 보고 감동하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다시 연출되면 좋겠다.
-<공조2>를 제작하기도 했다. 개봉 성적을 통해 누구보다 올해 극장가 사정을 체감했을 텐데. <영웅>을 극장에 걸기까지 어떤 각오가 있었나.
=영화인으로 느끼는 위기의식은 일반 관객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극장이 수천억원씩 적자가 나고 투자가 위축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 감독과 제작자가 관객을 만족시킬 콘텐츠를 만들어낼 거라는 믿음은 변치 않았지만 극장이 잘 버틸 수 있을까, 2천개 넘는 스크린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범죄도시2>가 잘됐는데 그 이후에는 영화인들이 기대한 만큼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았다. ‘관객이 극장에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다 개봉하는 게 답일까?’ ‘<영웅>이 마중물 역할을 담당해 영화계에 힘이 될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 어려운 시기지만 극장, 배급팀과 상의해서 후자를 택했다.
-13년 만에 돌아온 <아바타: 물의 길>과 붙었다. 돌이켜보면 2001년 데뷔작 <두사부일체>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와 붙지 않았나. 그럼에도 당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사람들이 나에게 흥행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마다 이렇게 답한다. 우선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잘 만들어야 한다. 그다음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시사가 끝난 이후 영화는 자기만의 생명력과 운명을 가지고 살아간다. 옛말에 자식을 낳으면 먹을 복은 알아서 갖고 태어난다고 했다. 영화도 그런 것 같다.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 만들었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
-뮤지컬 <영웅>을 감동 깊게 봤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그걸 영화화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제작할 작품을 정하거나 연출할 작품을 정할 때, 둘 다 자본의 부담을 안고 있지만 다른 부분이 있다. 제작은 관객에게 사랑받을 작품을 기획적으로 접근하고 머리로 판단한다. 연출은 솔직히 ‘필’이 꽂혀야 한다. 상업적인 고려도 하지만 나에게 먼저 필이 꽂혀야 작업해나갈 때 흔들리지 않는다. 감독들은 늘 최상과 최악을 다 생각한다. 최선은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획득하는 것이고 최악은 그 반대다. 행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덤비게 된다. 그래서 <영웅>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만큼 내 마음을 흔든 작품에 도전했기 때문에 지금은 나를 그냥 칭찬해주고 싶다. (웃음)
-안중근이라는 실제 인물, 이토 히로부미 암살이라는 알려진 사건을 다룬 것이 영화를 만들고 알리는 데 장점이자 난점이었을 텐데.
=사람들은 <영웅>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는 장면에 주목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솔직히 두 사람의 관계는 나에게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저격 장면의 통쾌함, 후련함, 애국심보다 내 마음을 흔든 것은 안중근과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관계였다. 사형장으로 아들을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은 슬프다, 억울하다, 분하다 등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이 되지 않더라. 이게 <영웅>을 선택하게 된 첫 번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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