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뭉이> 시사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유연석 배우가 눈물을 보였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는데.
유연석 아니, 정말로 지금까지 제작발표회나 기자간담회에서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다. (웃음) 스스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내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서 이만큼 많이 울고 웃은 게 언제였나 싶다. 가공되지 않은 개들의 모습을 보니 감동이 크더라.
차태현 개를 키우는 입장이라 더 그랬을 거다. <멍뭉이>는 전에 극장에서 시사를 한번 했었고 이번에 다시 본 건데 처음 봤을 때만큼 여전히 재밌고 뭉클하고, 메시지가 잘 와닿았다.
-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울림이 컸나.
유연석 시나리오를 받은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었는데 당시 다른 영화들과는 확실히 결이 달랐다.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거나 자극적인 소재도 아니었는데 그 자체로도 신선하다는 인상이었다. 무엇보다 영화가 잔잔하게 전하는 메시지가 좋아서 이 시나리오를 외면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태현 시나리오 마지막 장에 감독님이 자신이 키우던 개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 아이에게 바친다’는 말을 써놓으셨다. 동물이 주인공인 작품이 잘되면 크게 성공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한방을 노리며 상업적으로 접근한 작품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고 그래서 더 감독님과 영화에 믿음이 갔다.
유연석 감독님이 키우던 개의 이름이 아마 루니일 거다. 임종을 못 지키고 떠나보내서 가슴 한편에 계속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런 진정성이 글에서도 느껴졌다.
- 루니를 위해 칼같이 퇴근할 정도로 민수의 삶에서 반려견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결혼 전에 루니의 새 집사를 찾아주겠다고 결심하는 과정이 의외였다.
유연석 아마 많은 관객이 민수의 선택을 두고 의아하다고 여길 것 같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민수는 가족을 떠나보낸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그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는 상태다. 결혼한 뒤 함께 살아갈 상대와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 집사를 찾겠다는 선택이 미성숙했던 것은 맞다. 그 뒤로 민수가 가족과 루니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유의 깊게 봐주면 좋겠다.
차태현 굉장히 현실적인 설정이란 생각도 든다. 나 역시 결혼 전엔 반려인이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한집에서 아이와 개를 같이 키우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처럼 처한 조건이 달라졌을 때 반려인들이 할 수 있는 고민이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반려인과 비반려인 관객의 반응이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하다.
- 처음엔 루니 한 마리로 시작해 8마리까지 개의 수가 불어난다. 동물 수가 많아 예기치 못한 일이 많이 벌어졌을 것 같다. 어떤 점이 어려웠고 또 예상외로 즐거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유연석 동물들과의 촬영이 녹록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멍뭉이>가 상처받는 개들이 더이상 생겨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작품이라 제작진도 개들이 힘들지 않게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줬다.
차태현 마찬가지로 영화 <챔프> 때 말과 함께해봐서 동물과 영화를 찍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감독님도 사전에 “현장 상황에 따라 세부 설정들이 많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마음에 남더라. 사실 동물들의 편의에 맞춘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도 감독님이 처음부터 그렇게 확고히 말씀해주셔서 좋았다. 쉽진 않아도 맞춰가고자 한다면 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유연석 주인공 루니와 호흡을 가장 많이 맞췄는데,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루니는 기본적으로 훈련이 잘된 친구고 말도 잘 듣지만 감정 표현은 훈련시킬 수가 없다 보니 최대한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했다. 훈련사님도 그래야 교감이 잘되고 감정도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고 하셨다. 따로 시간을 내 만나기도 하고 촬영장에서도 틈틈이 루니와 계속 놀아줬다. 루니와 눈만 마주치면 맛있는 걸 줄 수 있게 항상 주머니에 간식을 갖고 다녔다. 일부러 다른 스탭들은 주지 못하게 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서로 통한다는 느낌이 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