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차태현 배우는 극중 토르라는 강아지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췄다.
차태현 어쩌다 보니. (웃음) 토르가 퍼그라 그런지 코를 고는 듯한 그르렁 소리를 많이 낸다. 이래서 촬영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있었는데, 살을 빼면 좀 나아질까 해서 촬영 전에 토르가 다이어트를 좀 했다. 그랬더니 소리가 잦아들더라. 나중엔 그르렁 소리가 토르가 고양이처럼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라는 설정이 따로 추가됐다.
유연석 그런 식으로 개들에게 맞춰 설정을 바꾸거나 즉흥적으로 생겨난 신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웃음 포인트라고 생각한 장면들이 막상 단순히 코미디로만 표현하기 어렵기도 했고, 또 담담하게 가려던 신에서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다. 주인에게 학대당하던 개를 구조하는 장면에서도 원래 내가 울먹이는 설정이 아니었다. 그런데 잔뜩 움츠리고 있는 개를 보니 예상치 못하게 감정이 올라와서, 결국 민수가 울먹이며 진국에게 가는 것으로 신이 바뀌었다.
- 로케이션도 다양했다. 새 집사를 찾기 위해 서울에서 제주로 향하는데 실제 이동 순서대로 촬영이 진행됐다고.
차태현 로드 무비가 또 그런 맛이 있다. 강아지들과 함께 배로 제주도로 이동하는 것도 재밌었고 다행스럽게 날씨도 도와줬다. 마지막 장면만 남기고 장마철이 시작돼서 한달 정도 촬영을 미뤘는데 그사이에 강아지들이 훌쩍 자랐다. 그래도 감독님이 캐스팅을 그대로 두는 의리를 보여주셨다.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니 마지막 장면에서 애들이 좀 크긴 컸더라. 그것도 다 추억이다. (웃음)
유연석 마지막 신을 다른 강아지들과 촬영했으면 기분이 이상했을 것 같다. 사실 루니도 대체할 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얼굴의 털이 하얀데 그게 나이가 들어 털이 센 게 아니라 루니만의 특징이다. 그렇게 생긴 개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계속 좋은 흐름을 유지하며 여행하듯 제주도로 갈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의미 있었다. 드라마 <종합병원2> 때, 15년 전에 태현이 형과 함께 찍은 사진도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었고, 날씨도 도와줬고, 아이들도 잘해줬고. 여러 우연들이 우리 영화와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 “반려견은 장식이 아니에요”라는 민수의 대사처럼 <멍뭉이>는 교훈을 강조하진 않되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녹여냈다. 연기하며 특히 기억에 남은 대사나 장면이 있나.
유연석 말씀하신 대사가 그랬다. 루니의 새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한 인물의 집에 놓인 검은색 불도그 모양의 장식품이 눈에 띄더라. 그 장식품을 보며 감독님에게 “제 대사와 매칭이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그 장식품을 따로 찍어서 인서트로 활용해주셨다.
차태현 유기견 센터에서 토르를 데려오는 장면을 찍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약간의 코믹한 분위기가 담겨 있지만 장소와 상황을 고려할 때 마냥 코미디로 갈 수는 없어서 그 선을 지키기 위한 고민이 컸다. 다행히 감독님도 매끄럽게 연출해주셨고 김지영 배우도 연기를 정말 잘해줬다. 결과적으로 아픔과 웃음이 잘 담긴 입체적인 신이 완성됐다.
- 관객이 <멍뭉이>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유연석 최근에 작업한 드라마 <사랑의 이해>도 표면적으로는 큰 자극이 없는 사랑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좋게 받아들여주셨고, 진심을 울리는 반응들이 있었다. <멍뭉이>도 그렇지 않을까. 장르물 가득한 극장가에서 그들과 다른 드라마를 펼치는 작품이고 배우들과 제작진의 진심도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 나도 원래 강아지들에게 관심은 많았는데 키울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유기견들이 처한 상황을 잘 알게 됐고 고민하다 결국 리타를 입양했다. 이 영화로 관객의 생각이 바뀌고, 유기견들의 환경이 개선된다면 거기에 영화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차태현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감상 차이가 다를 것 같아서 그 부분이 궁금하기도 하다. 다만 반려견의 유무와 관계없이 영화를 보며 울고, 웃고 공감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친구, 가족과 함께 보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유연석 반려견과 같이 <멍뭉이>를 볼 수 있는 특별상영회가 있어도 재밌겠다. 집에서 강아지를 위한 영상을 보여주는 <도그 TV>를 항상 틀어두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웃음) 그런 시사회가 진행된다면 나도 우리 리타와 같이 참석하고 싶다.
차태현 강아지도 관객수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가만있어봐, 반려인 1500만명 시대니까…. (일동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