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를 챙겨 보지 않더라도 ‘윤성호’란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듯하다. 2021년 공개된 12회작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가 초창기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자 수를 끌어올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정치를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 <이상청>은 같은 해 <씨네21> 선정 ‘올해의 시리즈(한국)’ 1위에 꼽혔고 제58회 백상예술대상 4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극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어딘가 삐딱해 보이지만 재기발랄함을 잃지 않고, 보는 이를 불쾌하게 하지 않으면서 현실을 능수능란하게 풍자하는 능력, 딱히 도덕적이거나 교조적이지 않은데 다른 작품에서 잘 비추지 않던 이들의 이야기를 끄집어오는 기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피식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유머와 반전. 윤성호 감독 작품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감독’으로 더 잘 알려졌지만 그는 자신이 연출한 작품 대부분을 따로 또 함께 쓴 작가다. 작품을 거듭하며 스스로도 ‘스토리텔러’ , 즉 ‘이야기꾼’의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정체화했다. 최근에는 여러 작가와 세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신인 작가들과 함께할 땐 몇 발짝 앞서가는 ‘척후병’이자 이들의 능력을 한데 모아 다듬는 ‘에디터’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수십편의 작품을 만들어내면서 ‘스토리텔러’ 윤성호의 색깔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2월24일 윤성호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만났다. 그를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함께 쓰기, 아이러니, 혐오와 거리두기)를 소개한다.
드라마
2022 티빙 <미지의 세계 시즌투에피원>(연출·공동각본)
2021 웨이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연출·공동각본)
2020 MBC에브리원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크리에이터)
2018 웹드라마 <탑매니지먼트>(공동연출·각색)
2018 웹드라마 <그 새끼를 죽였어야 했는데>(크리에이터)
2017 네이버TV <아이돌 권한대행>(공동연출·공동각본)
2016 네이버TV <게임회사 여직원들>(공동연출·각색)
2016 네이버TV <출출한 여자> 시즌2(공동연출)
2015 네이버TV <대세는 백합>(공동연출)
2014 네이버TV<출중한 여자>(공동연출·공동각본)
2014 웹드라마 <썸남썸녀>(연출·공동각본)
2013 네이버TV<출출한 여자> 시즌1(공동연출)
2010 웹드라마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각본·연출, 2010년, 2012년 MBC에브리원에서 추가 제작)
영화·다큐멘터리
2022 <말이야 바른 말이지>(공동연출·공동각본)
2011 <도약선생>(공동각본·연출)
2007 <은하해방전선>(각본·연출)
2004 <우익청년 윤성호>(연출)
2001 <삼천포 가는 길>(각본·연출)
2001년 대학생 때 첫 단편영화 <삼천포 가는 길>을 만든 뒤 21년 동안 20편의 단편, 3편의 장편, 15편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일부 작품에는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크리에이터의 뜻을 물으니 “주요 등장인물과 시공간 배경 설정, 서사의 주제와 중심 사건, 줄거리와 결말 등 드라마의 근간을 짜는 역할을 통해 기획 컨셉을 제시하고 스토리의 전체 맥락을 조성하는 자”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이어지는 기사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윤성호 작가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