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함께 쓰기-크리에이터 송편
윤성호는 함께 쓴다. 정확히는 2012년 MBC에브리원에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9회작으로 제작하면서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혼자 밤에 글 쓰는 것”이라는 윤성호에게 공동창작은 더 많이, 더 오래 쓰기 위한 방편이다. “사실 <은하해방전선>을 찍기 전까진 시나리오를 써본 적이 없어요. 약간의 계획, 메모, 충동적인 카메라워킹 이런 거로 뚝딱뚝딱 만들었어요. 요새 리얼리티 예능처럼 찍었어요. <은하해방전선>도 이전에 했던 것들, 장면들을 하나의 서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찢어 붙이기’ 한 거예요.”
하지만 매번 뚝딱거리며 단편만 찍을 순 없었다. 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좋았던 작가들에게 연락해서 “대본 한번 같이 써보실래요” 물었다. “겁나서 몇분씩 끌어들이면서 처음 공동작가 시스템을 만든 거죠.” 이렇게 일하다보니 “요즘엔 작가라는 정체성이 더 강해졌다”. 언제부턴가 동료를 생각하면 작가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삐뚤빼뚤해도 맛깔나는 영리함
그가 함께하는 공동창작 ‘크루’는 ‘시트콤협동조합’이란 이름에서 ‘크리에이터 송편’으로 바꿔 지속되고 있다. 시트콤협동조합 이름으로 민주노총이 제작 지원한 5부작 단편 <그 새끼를 죽였어야 했는데>를 만들고 나니, 무언가 ‘운동’을 하는 곳인 줄 알고 자꾸만 연락이 왔단다. 마땅히 줄여 부르기도 어려운 이름이었다. 고민 끝에 ‘송편’으로 바꿨다. 함께 작업해온 아내 송현주 작가·감독의 별명이 송편이기도 한데, 무엇보다 함께 극본을 만들어내는 공정이 ‘송편을 빚는 일’과 꼭 들어맞기도 했기 때문이다.
“송편 속에 뭘 넣을지를 함께 얘기하고 각자 송편을 빚는 거예요. 각자 개성에 따라 좀 삐뚤빼뚤 빚을 수도 있지만 점차 서로 실력도 비슷해지고 먹는 사람도 크게 불만족스럽지 않을 거예요. 또 1년 내내 원고를 붙들고 있기보다는 짧은 기간에 만들어내는 걸 추구하거든요. 추석 연휴라는 한정된 기간에 송편을 빠르게 만들어 풍성하게 해먹는 것처럼요.”
그가 지향하는 크리에이터 송편의 색깔은 이렇다. “재밌고 개성 있어, 그러면서도 혐오적인 요소를 잘 걷어내, 정치적으로 올바르면서도 절대 계몽적이지 않아, 맛깔나는 개그를 잘하고 따뜻한 결말이 있어, 이런 점이 송편의 표준값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공동창작의 또 다른 장점은 자신이 굳이 ‘선봉장’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러면서도 각자 장점을 살리며 조율할 수 있다는 거다. “대안적인 얘기를 빨리 생산하자, 윤성호라는 이름에 연연하지 말자 싶었어요. 윤성호라는 이름에 지레 선입견을 가지는 이도 있을 거고요. 또 여성 서사를 쓰는데 중년 남성이 끼면 ‘쉰내 난다’고 볼 수도 있잖아요. 저와 함께하는 크리에이티브한 멤버들은 대부분 여성인데 제가 꼭 선봉장이 될 필요는 없어요. 이타적이어서가 아니에요. 저도 이해타산이 빠른데 오래가고 싶고, 이쪽(여성)에 할 얘기가 많아서 그렇죠.” 송편 멤버가 늘 고정적인 건 아니다. 그는 “제가 함께하고 싶은 창작, 동료의 기운을 뭉뚱그리는 호명 정도로 생각해달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직원 ㄱ: 남미랜다, 또 남미랜다 진짜. 사장님 인종차별 국적차별 진짜 별거 다 하시네, 오늘.
외주회사 직원 ㄴ: 하 참나, 이러다 남미 된다는 말 누가 처음에 썼는데 (중략) 사람들이 남미 가는 건 좋아하면서 남미 되는 건 또 싫어하거든.
ㄱ: 그게 아이러니거든.
ㄴ: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줘야 된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아예 싸울 생각을 안 먹도록.
(<그 새끼를 죽였어야 했는데> 번외편 ‘두근두근 외주용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