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슈룹’ 박바라 작가 [22 WRITERS⑰]
2023-03-16
글 : 신다은 (한겨레21)
사진 : 박승화 (<한겨레21> 선임기자)
버려도 되는 경험은 없다
사진 박승화 <한겨레21> 선임기자

왕위를 이어받을 세자가 병으로 숨지자, 남은 왕자들 사이에 세자 자리를 두고 경합이 벌어진다. 왕의 소생 중 단 한 사람만 차지하는 자리. 궁중의 모든 후궁이 모범답안지까지 빼돌리며 아들의 성공을 노심초사 바란다.

하지만 고귀인(우정원)의 아들 심소군(문성현)은 왕이 낸 과제를 수행하러 떠났다가 길거리에서 강도를 당하고 굶주린 채 돌아온다. “이 꼴을 보일 거면 차라리 죽지 그랬느냐? 널 낳은 게 후회돼!”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모진 말을 들은 심소군은 그만 생을 놓아버리려 한다.

이튿날 아들이 응급처치를 받았단 소식을 듣고 버선발로 뛰어온 고귀인에게 중전 화령(김혜수)은 말한다. “난 앞으로도 고귀인이 아이가 잘못했을 때 혼을 내는 모친이었으면 좋겠네. 심소군 역시 따끔하게 혼이 나더라도 고개는 들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하네. 크나큰 실수를 저질렀으나 가장 큰 벌을 받은 사람 또한 자네니까.”

퓨전사극 드라마 <슈룹>의 한 장면이다. <슈룹>은 자식들의 치열한 왕세자 경쟁과 부모들의 권력욕을 실감나게 그려 ‘조선판 <SKY 캐슬>’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조선에서 가장 걸음이 빠른 중전마마’가 떡 버티고서 상처받는 이들을 품어주기 때문이다. 중전 역시 아들들이 왕위를 놓칠까봐 불안해하고 아이를 호되게 가르치는 엄마지만 경쟁에서 낙오한 후궁의 자식을 내버려두진 못한다. 이런 등장인물의 매력 덕분에 <슈룹>은 신인 작가의 데뷔 작품임에도 2022년 tvN 드라마 시청률 순위 1위를 차지했다. 3월2일 서울 마포구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슈룹>의 박바라 작가를 만났다.

드라마

2022 tvN <슈룹> 조선시대 배경의 퓨전사극 드라마. 카리스마 있는 중전이 천방지축 왕자들을 훈육하다가 궐내 암투에 뛰어드는 이야기. 김혜수 배우와 김해숙 배우의 대결이 극에 긴장을 더한다.

2019 <너테, 얼음의 다락>(오펜 당선작) 2019년 CJ ENM의 신인 창작자 발굴·지원 사업 ‘오펜’의 3기 당선작. 소년 소녀가 주고받는 수첩 필담이 사랑스럽다.

*이어지는 기사에 <슈룹> 박바라 작가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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