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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추천작] ‘빛의 시네마’ ‘테드 래소 시즌3’ ‘에이전트 엘비스’ ‘어린 악마’
2023-03-31
글 : 이우빈

<빛의 시네마>

디즈니+

<레볼루셔너리 로드> <1917>을 연출한 샘 멘데스 감독의 신작이다. 최근 들어 하나의 경향으로까지 읽히는 속칭 ‘영화에 관한 영화’다. <바빌론>이 영화를 둘러싼 인간 군상의 흥망, <파벨만스>가 영화 만들기에 관한 진지한 회상을 내보였다면 <빛의 시네마>는 극장이란 공간에 집중한다. 해안가에 인접한 극장 ‘엠파이어 시네마’에 신입 직원 스티븐이 들어온다. 그리고 극장 매니저인 힐러리와 사랑에 빠진다. 80년대 초반 영국이라는 시대 배경, 젊은 흑인 남성 스티븐과 중년 백인 여성 힐러리의 사랑 서사는 다분히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류의 멜로드라마를 표방한다. 소외된 이들의 사랑을 허락하고 추동하는 극장의 공간성이 흥미롭다. 다소 듬성듬성한 서사의 빈틈을 로저 디킨스의 매혹적인 화면이 적절히 메운다.

<테드 래소 시즌3>

Apple TV+

에미상을 석권하며 Apple TV+의 효자 시리즈로 자리매김한 <테드 래소>의 새 시즌이다. 지난 시즌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AFC 리치먼드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리즈의 기조는 스포츠물을 가장한 휴먼 드라마로서 일종의 시트콤 형식을 취한다. 뚜렷한 악역이 있다기보단 각자의 차이로 발현되는 인간관계의 미묘한 어려움들이 주요 서사로 다뤄진다. 겉으론 늘 밝으나 가족 문제로 공황장애를 겪는 감독 테드 래소, 호통으로 일관하면서도 속이 여린 코치 로이 켄트, 성공한 커리어우먼인 것 같지만 모종의 열등감으로 불안해하는 구단주 리베카 등 주요 인물들의 명확한 개성이 시리즈를 지탱한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웃음보단 휴머니즘의 색채가 짙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부담 없이 따스한 유머를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에이전트 엘비스>

넷플릭스

얼마 전 개봉한 배즈 루어먼의 <엘비스>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애를 차근차근 따라갔다면, <에이전트 엘비스>는 그의 삶에 거대한 상상력을 흩뿌린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미국 건국부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미지의 정보기관 TCB에서 요원으로 활동한다는 설정이 골자다. 60년대 말~70년대 초 미국의 정치, 문화적 사건이나 실제 인사들이 배경으로 쓰인다. 가령 엘비스가 맨슨 패밀리를 소탕했다거나 닉슨 정부의 펜타곤 문서 유출,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됐다는 상상이다. 화면을 분할하고 스틸 이미지를 쓰는 등 코믹스식 컷 연출이 두드러진다. 수위가 꽤 센 폭력과 센슈얼 코드로 인해 B무비의 향취를 풍기기도 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 부인인 프리실라 프레슬리가 제작과 목소리 출연에 참여해 엘비스 프레슬리의 재현에 신빙성을 더했다.

<어린 악마>

디즈니+

<에이전트 엘비스>의 수위가 귀엽게 보일 정도로 난폭한 하드고어 성향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사탄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크리시가 주인공이다. 사탄은 첫 월경 이후 적그리스도로 각성한 크리시를 본인의 거주지인 형이상학적 세계로 데려가 우주를 지배하려 한다. 어머니 로라는 마녀의 각종 주술로 사탄에게 대항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부부싸움에 염증난 사춘기 소녀 크리시의 맘을 달래는 일이다. 종종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도를 넘는 폭력적, 성적 묘사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로 환원되는 이야기의 묘한 매력이 일품이다. 또 성인용 애니메이션답게 미국의 현 세태를 직시하는 블랙코미디도 끝없이 쏟아지는데, <기생충>이나 방탄소년단 등 한국 문화가 언급되면서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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