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 시도로에 개관한 아카데미극장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폐허가 됐지만 원주는 정치가 안정되면서 도시 재건을 시작했다. 군대 무전 용어였던 ‘시(C)도로’ 혹은 평원로라고 불리는 도로를 따라 영사기사였던 정운학씨가 시공관, 아카데미극장, 문화극장을 순서대로 짓고 원주극장까지 소유 및 운영했다. 전국 유일의 상설극장인 군인극장까지 포함해 원도심 내 5개 극장은 40년 넘도록 지역민들의 문화공간이자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2005년 멀티플렉스 극장이 개관하면서 단관극장이 하나둘씩 철거되었고 아카데미극장은 폐관된 채 15년간 방치됐다.
2016 ‘아카데미로의 초대’
2015년 말, 문화극장이 철거된 이후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자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2016년 원주도시재생연구회와 원주영상미디어센터가 ‘아카데미 살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했고 ‘아카데미로의 초대’라는 시민 포럼을 열어 설문조사를 통해 아카데미극장의 활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단관극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씨도로>(2017)와 원주에 흩어져 있던 극장 관련 역사 자료를 모은 책 <먼지 쌓인 극장에 불을 켜다>(2017)가 제작되기도 했다.
2021 아카데미 구하기, 발 벗고 나선 시민들
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활성화 사업’을 통해 극장을 지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아쉽게 공모에 탈락했다. 동시에 아카데미극장은 다시 철거 위기를 맞았다. 시민들은 극장의 보존을 희망하며 ‘아카데미 구하기_100인 100석’ 모금에 나섰고 2주 만에 1억원을 모았다. 이어 2차 시민모금인 ‘아카데미 3650’도 3650명이 모이기도 전에 목표한 금액을 달성했다. 전국 54개 영화문화단체가 아카데미극장 보존지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2021년 5월 원주시가 극장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하며 시민들의 움직임에 답했다.
2020-2022 ‘안녕 아카데미’
2020년 8월 ‘안녕 아카데미’ 행사를 시작으로 14년 만에 극장 문을 열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이 직접 극장 내부를 청소하며 단장했고, 더 많은 시민을 초대해 극장 구석구석을 탐방했다. 극장을 배움과 만남, 놀이의 공간으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갔다. 2022년 1월 원주시가 극장을 매입하면서 시사회, 시민교육뿐 아니라 ‘아카데미 원탁회의 100인토크’ , ‘시민상상워크숍’ 등을 열어 중앙동 상인, 장년층, 문화예술가들과 아카데미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2023년 3월, 민선 8기 원주시는 아카데미극장이 구조안전위험시설물이라며 벽에 붙은 시민들의 메시지를 떼어내고 극장문을 다시 걸어 잠갔다. 오가는 시민들이 숨을 불어넣던 극장은 다시 철거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