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윤은 폴 슈레이더의 <퍼스트 리폼드>, 아리 애스터의 <유전>, 셀린 송의 <전생> 등의 영화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아왔다. 그는 에이미가 처한 상황과 내면의 모양을 상상했다. 호화로운 취향과 근사한 성공 이면에 자리한 실존적 공포감을 에이미의 집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콘크리트 벽과 나무 칸막이를 활용한 건물은 모던한 스타일을 뽐내지만 한편으로는 높고 차가운 벽의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레이스 윤은 “어떤 식으로든 꿈에 갇힌 것 같은 느낌, 또는 자신이 만든 삶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실제 에이미의 집 내부와 외부에 존재하는 뚜렷하고 묵직한 수직선은 무겁고 갇힌 느낌을 가중시키는데, 그레이스 윤은 나중에 대니의 사촌 이삭이 수감된 감옥 공간과 시각적으로 연결성 있게 디자인했다. 에이미의 집에서 곡선은 남편 조지의 도자기가 유일하다. 이는 에이미의 삶과 스타일에 연결되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조지와의 관계를 드러낸다.
반면 계약을 빌미로 에이미를 성가시게 하는 조던 포스터(마리아 벨로)의 집과 외부는 “에이미의 세계를 연상시키면서도 모든 면에서 에이미를 완전히 능가하는 장소”로 구현됐다. 대니의 집은 “작은 실패들의 콜라주”처럼 디자인했다. 집 내부에 뒤섞여 쌓여 있는 건축자재와 가구들은 언제 어디서 끝날지 모르는 프로젝트를 껴안고 사는 그의 상태를 반영했다. 그레이스 윤은 “대니가 미신에 빠져 있을 것 같다는 스티븐 연의 제안에 따라 포춘쿠키의 행운의 말들 같은 것을 부엌 기둥에 테이프로 붙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2016년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로 에미상을 수상한 중국계 미국인 의상 디자이너 헬렌 후앙은 25년 동안 <스테이션 일레븐> <넥스트 도어>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헬렌 후앙은 <W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LA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신과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담아낸 옷장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개별 캐릭터가 지닌 독특한 개성과 복잡한 내면을 담고자 했다. “대니는 25살 때 옷 사는 것을 그만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대니가 집에서 착용하는 헐렁한 농구 반바지, 탱크톱, 슬리퍼 등은 주로 중고 의류를 다루는 굿윌스토어에서 마련했다. 에이미는 흰색과 크림색 옷을 입혀 캐릭터의 어두운 분위기를 상쇄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팔각형의 안경을 통해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캣아이 안경을 쓰고 등장하는 앨리 웡과 멀어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내의 불행을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는 조지의 의상 컨셉은 명확했다. 세련됨. 조지는 자신의 외모에 신경 쓰고 잘 차려입는 데 성의를 보이는 남자다. 이너부터 아우터까지 편안한 스타일을 고수하지만 경제적 수준을 드러내는 패셔니스타의 면모도 돋보이게끔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