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은 올해 전주영화제 한국경쟁에서 유일하게 SF 장르를 표방한 작품이다. 지구 상공 곳곳에 UFO가 출현한 지 29년째 되는 해의 이야기를 다룬다. <미확인>의 기획은 2018년에 시작됐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자란 전주영 감독이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때다. 그는 당시의 한국 사회를 보며 명확히 말하기 힘든 혼란을 느꼈다. “우리 세대에게 세상의 어떤 점이 문제고, 어디에서 불안을 느끼는지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기가 곤란하다. 세대 갈등? 지구온난화? 부동산? 마음에 걸리는 요소는 많은데 하나의 답은 없었다.” 이런 대화 중 그가 언급한 영화는 <국제시장>이다. “<국제시장> 속 주인공의 가족은 전쟁과 산업화 시기를 함께 버티고 이겨내면 좋은 미래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 희망이 지금 시대엔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미확인>의 UFO가 탄생했다. 그가 느꼈던 한국 사회의 혼란과 불안을 도심 위 미확인 비행 물체의 형상으로 가시화한 것이다.
<미확인> 속에는 극영화, 콩트, 페이크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뮤지컬 등 다양한 형식이 혼재한다. 서사의 진행 방식 또한 특정한 메인 플롯 없이 파편적인 삽화들이 나열되는 구성이다. 삽화 속의 인물들은 거의 만나지 못하고 각자의 서브플롯에서 살아간다. 이는 전주영 감독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영화의 형식과 내용에도 가미하려 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과거보다 더 서로 연결돼 있다고 느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감정적으로 더 멀어지고, 쉽게 갈등하고,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며 각자의 장르, 각자의 세계에 갇혀 사는 느낌이다.”
전주영 감독은 전작 <시간 에이전트>부터 꾸준히 SF 장르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SF의 장르적 재미가 그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니다. “내 이야기를 펼치고 싶은 욕망이 최우선이다. SF 장르란 관객을 유혹하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자 껍데기일 수도 있다.” <미확인> 역시 그가 느끼는 사회의 모습을 SF란 외피에 감춘 작품에 가깝다.
그는 외계인과 인간의 정체를 비롯해 UFO의 기원, 이야기의 결말 등 무엇 하나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았다. 그가 기획 단계에서 느낀 한국 사회의 모호한 혼란을 고스란히 옮겨온 셈이다. “인간과 외계인의 경계를 최대한 모호하게 표현했다. 종교, 사상, 사회적 정체성 등 현대사회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어도 믿어지는 것들이 많지 않나. 삶의 핵심은 논리적인 답을 떠나 본인이 무엇을 믿을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