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백 Blueback
로버트 코놀리 / 미국 / 2022년 / 102분
개막작, 국제경쟁부문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작은 보다 많은 관객이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극영화로 선정됐다. 팀 윈튼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블루백>은 해양 생물학자 에비(미아 바시코프스카)와 뇌졸중으로 쓰러진 엄마 도라(라다 미첼)의 이야기를 담은 가족 드라마다. 영화는 플래시백으로 어린 시절 에비가 물속에서 푸른 물고기들을 만났을 때의 아름다운 기억을 비추고, 고래 포획꾼과 무분별한 개발자들로부터 바다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도라가 딸의 삶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영화 제목 ‘블루백’은 에비가 바닷속에서 만났던 물고기에 붙여준 이름에서 따왔다. 호주의 아름다운 해안 풍경과 심해를 담은 시퀀스, 사라져가는 가치를 소중히 한다는 점에서 환경 운동과 본질적인 의미를 공유하는 모녀의 멜로드라마가 조화롭게 엮여 있다.
더 피쉬 테일 The Fish Tale
오키타 슈이치 / 일본 / 2022년 / 139분
국제경쟁부문, 사랑하는 너희들을 위하여
미보는 물고기를 사랑한다. 수족관에서 물고기를 구경하고 혼자서 물고기 그림을 그리는 것, 생선 요리를 먹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엉뚱하고 집착 어린 성격 때문에 부모의 우려를 사기도 했던 그가 어떻게 현실 세계로 걸어나와 타인과 소통하게 되는지, 그의 다사다난한 성장을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또한 여성인지 남성인지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미보의 논바이너리 묘사를 포함해 성별과 종의 경계를 뛰어넘는 화합과 교류를 강조한 작품이기도 하다. <더 피쉬 테일>은 일본의 유명 어류 학자 사카나군(본명 미야자와 마사유키)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뉴스레터, 유튜브, TV방송 등을 통해 해양 생태계와 물고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며 유명세를 탄 사카나군의 실제 인생이 미보 캐릭터에 영향을 미쳤다.
우타마, 우리집 Utama
알레한드로 로아이사 그리시 / 볼리비아, 우루과이, 프랑스 / 2022년 / 87분
국제경쟁부문, 수난의 역사: 산, 땅, 그리고 물의 이야기
해발 3500m가 넘는 볼리비아 고지대, 이례적인 가뭄이 노부부의 안온한 일상을 뒤흔든다. 지구온난화로 산악 빙하가 녹으면서 고산지대에 살던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할 위기에 처한다. 수도 시설이 없어 의존하던 우물은 마르고 물이 있는 인근 마을까지 가는 길 역시 험하다. 하지만 노부부는 인근 도시 라파스로 떠나지 않고 황폐한 마을에 남길 택한다. <우타마, 우리집>은 잊혀져가는 전통을 수호하는 메시지를 강조하거나 자연 풍광을 낭만적으로만 소비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그들이 처한 척박한 현실을 또렷이 직시하려는 영화다. 동시에 그 안에서 시적인 리듬을 발견해 절박한 생존 본능이 지닌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포착해낸다. 환경문제를 다룬 작업물을 선보였던 사진작가 알레한드로 로아이사 그리시의 첫 장편영화다.
블랙 맘바스 Black Mambas
레나 카르베 / 프랑스, 독일 / 2022년 / 81분
국제경쟁부문, 지구를 지켜라!: 액셔니스트의 삶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루거국립공원에 있는 발루레 자연보호구역에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서식한다. 하지만 사냥꾼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정식 훈련을 받고 군사적 임무를 수행하는 여성 단체가 설립된다. ‘블랙 맘바스’는 이른바 빅 파이브(코뿔소, 코끼리, 사자, 표범, 수소)라 불리는 야생동물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최초의 여성 ‘반수렵’ 지킴이다. 그들의 헌신적인 활약으로 밀렵꾼은 줄어들지만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블랙 맘바스를 둘러싼 21세기 탈식민주의의 풍경이다. 역설적이게도 블랙 맘바스는 백인 남성 중심의 자연 보존 위원회가 만든, 흑인 여성들로 구성된 부대다. 부대원들이 겪는 인종차별과 여성 혐오의 실체를 마주할수록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흑인 여성들의 분투는 약자들의 연대라는 새로운 의미를 입게 된다.
더 랜드 The Land
이바르스 셀렉키스 / 라트비아 / 2022년 / 108분
수난의 역사: 산, 땅, 그리고 물의 이야기
수난의 역사: 산, 땅, 그리고 물의 이야기’는 지구 생명체가 살아가는 서식지와 그 역사를 돌아보는 섹션이다. <더 랜드>는 라트비아의 어느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서로 다른 여섯 가족을 파종에서 수확까지, 1년에 걸쳐 관찰한 다큐멘터리다. 이들이 농사를 짓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농촌에 정착하거나, 시골 생활을 동경하거나,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 이곳에 왔다. 덕분에 그들이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도 다양하다. 21세기의 농촌은 바쁜 도시인들에게 일종의 도피처로 간주되는 공간이지만, 실제 농부가 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상상과 다른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업계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자금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리가 시적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의 설립자 중 하나이자 라트비아의 노장 다큐멘터리 감독 이르스 셀렉키스가 연출했다.
스페셜 섹션 소개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주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환경문제를 다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을 한데 모은 스페셜 섹션을 선보인다. ‘기후(호)식품 전성시대’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라멘, 빵, 커피 등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안겨주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의 후원으로 마련된 ‘에너지 투게더’ 섹션은 인류와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도모하는 친환경 에너지에 관한 작품들을 선별했다. 화석 에너지의 대안으로 해저 자원을 주목하는 기업과 이를 우려하는 환경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은 다큐멘터리 <딥 라이징>은 제이슨 모모아가 제작 및 내레이션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