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의 카메라>
<클레어의 카메라>는 칸을 배경으로 한 홍상수의 20번째 장편영화다. 만희(김민희)는 칸영화제 출장 중에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상사인 양혜(장미희)로부터 해고를 통보받는다. 만희는 바로 귀국하지 못한 채 칸에 머무르다 클레어(이자벨 위페르)를 만나며 위로의 순간을 맞이한다. 영화의 백미는 클레어가 찍은 만희의 사진이다. 이 사진을 기점으로 영화는 홍상수의 장기인 분기하는 세계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과거의 기록인 사진의 특성을 뒤틀어버린 이 영화는 선형적이면서 동시에 비선형적인 타임라인을 구성하며 독특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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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희(김유라)는 서울에서 잠시 고향 거제도로 내려온다. 집 안엔 돌아가신 엄마의 흔적이 여전히 자리한다. 승희는 거제 청년(김록경)을 만나 낚시도 하고 유배지였던 폐왕성이라 불리는 거제 둔덕기성에도 오른다. 오정석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여름날>은 고향 거제로 내려온 승희의 여름날을 담은 영화다. 거제도의 여름 풍광만큼이나 영화가 담아낸 여름의 소리들이 인상적이다. 소리가 부각되는 것은 아마도 승희가 말수가 적기 때문일 터다. 특히 여럿이 모여 술 한잔 기울일 때 그녀는 섞이지 못한 채 붕 뜬 상태로 앉아 있다. 그녀가 이끌리는 것은 색소폰 소리처럼 이곳과 이질적인 것이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일본 고조 지방에서 펼쳐지는 한여름의 로맨스를 담은 영화다. 이런 식의 설명은 영화의 2부인 ‘벚꽃우물’만 놓고 봤을 때 생기는 오해다. 이 영화는 1부와 2부가 묘하게 섞이는 데서 재미가 발생한다. ‘첫사랑, 요시코’란 제목의 1부에선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오며 현실과 픽션이 뒤섞인다. 영화감독 태훈(임형국)과 조감독 혜정(김새벽)은 고조로 로케이션 답사를 오고 실제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그중에서 안내를 담당한 공무원 유스케(이와세 료)를 인터뷰하며 태훈은 영화의 힌트를 얻는다. 2부는 태훈이 만들려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낀 이치코(하시모토 아이)는 고향인 도호쿠 지방의 작은 마을 고모리로 돌아온다. 습한 이곳에서 이치코는 벼 주변의 잡초를 뽑으며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 <리틀 포레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여름에서 가을까지 이치코의 농촌 생활을 담고 있다. 정성스레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함께 영화는 계절의 풍광을 세련되게 담아낸다. 음식은 엄마와 얽힌 추억으로 미끄러지며 이치코의 전사가 살짝 드러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편인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에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