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해 잡아놓은 캐릭터를 한번만 하고 끝내는 게 아까울 때가 많았”는데, “박범구로 출연한 <D.P.>의 세계관을 다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 김성균은 말한다. 김성균이 공들여 완성한 박범구는 제103보병사단 헌병대 수사과의 군무이탈담당관으로 D.P. 소속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에게 업무를 부과한다. “원작 웹툰에선 냉소적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늘”하지만 시리즈에선 훨씬 따뜻한 인물로 바뀌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속은 그렇지 않다는 걸 사병들도 다 알고 있었을 거다.” 실제로 군부대에 있을 때 부사관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깝게 지낸 덕에 군대 간부를 더 인간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스쳐 지나가듯 박범구는 자신이 학창 시절 내내 연극부였다고 말한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과거인데 글쎄, 꿈은 꿈으로 남겨둔 게 아닌가 싶다. 부사관으로 전향하면서 가족을 꾸리고 현재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살아간다. 다만 현실과 타협했다면 더 편하게 진급했을 텐데, 시스템과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줄다리기하느라 고생깨나 한다.” 박범구는 극 중 자기 신념을 지키는 몇 안되는 간부 중 하나다. 실적을 위해 호열, 준호를 다그치곤 해도 “부조리한 조직의 명령에 따라 일을 시킬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미안함과 죄책감 또한 갖고 있다”. 이번 시즌에서 사무실 밖으로 영역을 넓혀가던 그는 결정적인 순간, 김루리 일병(문상훈)의 총격 사건에 관한 증거물을 들고 나타난다. “김루리 일병 하나만 매장시키고 끝낼 게 아니라 어른들 중 누군가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박범구의 선택을 보면서 실제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지 고민해봤다.” 결국 해당 장면에서 예정돼 있던 긴 분량의 멋진 대사들을 많이 덜어냈다.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깔끔하게 마무리짓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감독님과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이다. 촬영감독님이 좀 섭섭해하셨는데, 그래도 이 선택이 맞았던 것 같다.”
스스로를 “이제 익숙한 얼굴”이라 칭하면서도 “항상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고 김성균은 전한다. 그 일환으로 “히어로물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혀온 그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을 통해 목표를 이뤘다. “히어로 연기, 실컷 했다. (웃음) 이재만은 강력한 힘과 빠른 스피드를 가진 초능력자인데 그 중심에 아들을 깊이 사랑하고 반드시 지키겠다는 각오가 있는 캐릭터다.”
<무빙> 이후, 영화 <타겟>에선 중고거래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주 형사로 등장해 장기를 발휘할 예정이다. 친근하고 새로운 김성균의 모습에 다시 주목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