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mm는 포열, 포판, 포다리로 나누는데 무게가 총 41kg다. 아, 30년이 지났는데 얼마나 각인됐으면 아직도 기억한다. (웃음)” 지진희는 대한민국 육군 제205특공여단, 이른바 백호부대에서 만기 전역했다. 다른 중대에서 탈영한 병사들을 본 적이 있고, 그의 표현에 따르면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겪었다. 하지만 지진희가 <D.P.> 시즌1을 “미친 듯이 재미있게 본” 이유는 작품의 재미 그 자체에 있다. “아무리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갖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다뤘어도 재미가 없으면 그냥 재미없는 작품이다. 군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여자들도 즐기면서 보고 심지어 외국 시청자들도 좋아한다는 것은 그냥 재미있다는 뜻이다.” 원래 감독이나 작가와 의식적으로 친분을 쌓지 않는다는 지진희는 한준희 감독과 어떤 인연도 없었지만 “여태까지 선배님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작품에 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지진희가 연기한 국군본부 법무실장 준장 구자운은 김루리 일병(문상훈) 무장 탈영 사건의 특별수사단장이다.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진실을 은폐한다.
“내가 있던 부대에서 여단장은 그곳의 왕이었다. 군대에서 별을 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 전에 떨어져나간다. 그 과정을 극복하고 권력을 쟁취한 사람에겐 꼿꼿한 신념이 있다. 사람들은 구자운을 악역이라 하겠지만, 모든 캐릭터는 시대와 자신이 놓인 위치에 따라 복잡한 면을 갖고 있다. 구자운은 위험한 화기를 다루는 군대가 제대로 돌아가게끔 하기 위해 자기 일을 해내야만 한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지진희는 넷플릭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 <미스티> <60일, 지정 생존자>에 이어 넷플릭스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그리고 <D.P.> 시리즈에 출연하게 됐다. 다양한 나라에서 오는 DM을 읽으며 관심을 확인하다 보면 한류 1세대 드라마인 <대장금>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다만 한국에서 방영한 지 수개월 뒤 해외에 수출되던 과거와 달리 넷플릭스는 전세계에 동시 공개되기 때문에 바로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또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미스티> <60일, 지정생존자> <무브 투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등 그의 필모그래피를 따라왔다고 말하는 시청자들이 있어 신기하단다. 하지만 지진희는 데뷔 24년이 넘은 지금도 새로운 팬이 유입되는 현실에 들뜨기보다는 마음을 다잡는 배우다. “분명 연기자로서 복 받은 일이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생긴다. 우리가 정말 잘 만든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