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현은 이번 시즌에 새롭게 등장하는 서은 중령을 대본으로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임지섭(손석구)과 이혼한 사이라는 점보다 여성 군인이라는 사실에 집중하고 싶었다. 조금씩 축적되는 내적 갈등을 기점으로 변화를 거듭하는 인물로서, 자기만의 소신을 지닌 직업인으로서 서은을 그려내고자 했다. “서은이 살아온 삶과 현재의 결단 사이에 자연스러운 개연성을 불어넣고 싶었다. 그는 자기 일에 대한 쿨함을 지니고 있다. 스스로 되돌아볼 때 제 판단이 틀렸다면 그것을 깔끔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이 무엇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 골몰한다. 이 인물의 커리어적 면모를 더 부각시키고 싶었던 이유다.” 서은 중령의 태도 변화가 자칫하면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있다는 생각에 김지현은 평소보다 목소리를 한톤 더 낮춰 진중함을 높였다. 걸음걸이, 눈빛, 손짓 등 몸으로 드러나는 제스처에도 군인의 절도와 박력이 묻어나도록 디테일을 더했다. 하지만 어린 딸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는 장면에서 여느 평범한 엄마의 목소리를 구현했던 건, 이러한 낙차가 군인으로서의 서은을 더 강렬하게 보여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D.P.> 시즌2에서 서은은 임지섭과 함께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상징한다. 김지현은 “서은과 임지섭은 자신의 결정과 행동을 의심해본 적 없는 인물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변화가 더 큰 의미를 전한다고 짚어냈다. 어쩌면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자각하는 순간, 소외된 이들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범위가 곱절로 넓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사건으로부터 언제나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던 임지섭과 그 변화를 나란히 보여주면서 혼자만의 고군분투가 아닌, ‘우리’로 그 범위를 넓힌다. “마음에 오래 남는 대사가 있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물음에 서은이 ‘흔적이 남겠죠’라고 답한다. 이제 서은은 희망을 아는 사람이 됐다. 누군가 계속 시도해야, 언젠가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니게 된것이다.”
김지현은 <D.P> 시즌2 촬영 현장을 유독 따뜻하게 기억한다. 배우와 감독, 스탭들의 다정한 온기와 뚜렷한 목표의식이 모두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었다. 다만 합이 너무 좋아 웃지 못할 순간을 마주하기도 했다. “법정에서 임지섭이 서은에게 ‘늦어서 미안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촬영하는 동안 배우들이 너무 친해졌나보다. 그 장면에서 한준희 감독님이 갑자기 ‘지금 둘이 재결합하겠는데요?’ 이러시더라. 너무 멜로 같다고. (웃음) 촬영장에 언제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