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콘크리트 유토피아’, ‘마스크걸’ 특수분장 비하인드
2023-09-08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콘크리트 유토피아>, 팀워크의 승리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여름에 겨울 분장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만큼 고생이 심했다. 한컷이 끝날 때마다 달려가서 배우들의 분장을 고치는 일의 반복이었다. 마치 레이싱팀처럼 일사불란하게 작업하고 빠지는, 그야말로 팀워크의 승리였다. 함께 고생한 만큼 유달리 애정이 더 가는 작품이다. 나중에 시사회 때 스크린을 보고 벅차서 우리끼리 따로 회식도 했다. (웃음) 영탁은 이병헌 배우의 괴력을 새삼 확인한 캐릭터다. 그는 디테일한 설정을 추가하면 그걸 마치 제 몸처럼 소화한다. 이병헌 배우만큼 성실하고 준비된 배우를 본 적이 없다. 오래 알고 지낸 만큼 서로 놀리면서 작업을 하는데, 너무 과한 거 아니냐고 투덜대면서도 캐릭터가 잘 표현되면 누구보다 기뻐하는 게 느껴진다. 배우 얼굴을 다르게 만진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워낙 바빠서 분장 테스트 촬영을 제대로 못하고 넘어갈 뻔했는데, 그럴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해서 결국 무사히 마쳤다. 결과적으론 전체적인 톤을 잡아주는, 언제나 믿음직한 배우다.

다른 캐릭터들도 하나하나 애착이 간다. 박서준 배우의 경우 워낙 반짝이는 마스크를 가지고 있고 뭔가 만져보고 싶은 배우다. 민성 캐릭터에선 그걸 지우는 게 관건이었다. 최대한 생활감과 피로함이 묻어나게 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럼에도 눈이 반짝이는 걸 감출 수 없는 게 좋았다. 박보영 배우의 경우엔 큰 변화가 있어선 안되는 캐릭터라서 나약한 면모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지만 분장을 좀더 과감하게 했어도 나쁘지 않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혜원 역의 박지후 배우는 테스트 촬영을 해보고 무척 놀랐다. 보라색 머리는 혼란스런 영화의 성격을 반영한 색깔이었는데 거기에 먼지를 뒤집어씌워 빛바랜 보라색을 만들었다. 불안한 표정과 창백한 표정이 더해져 후반부의 분위기를 잘 잡아주었다.”

‘아들 같은 캐릭터’ <마스크걸> 아들 같은 배우, 주오남 역의 안재홍

“주오남은 유전자에 새겨진 것, 어머니로부터 이어진 요소들을 살릴 필요가 있었다. 여러 아이디어를 던졌고 그중 최종 결정된 것이 아토피 피부였다. 어떻게 보면 치유할 수 없는 병처럼 느껴져서 엄마 경자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다. 상황과 감정에 따라 수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대머리 표현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나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너무 전형적으로 보일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론 머리칼 수를 조정하는 걸로 가닥을 잡았고 머리숱이 너무 비지도, 꽉 차 있지도 않은 상태를 만들었다. 안재홍 배우는 늘 열려 있고 대화를 즐긴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주었다. 머리숱이 없는 만큼 눈썹도 죽이면 어떻겠냐고 해서 살짝 정리한 것도 있다. 의견을 나누고 분장을 하면 그걸 완전히 제 몸처럼 만들어 컨트롤해, 배우와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간다는 기쁨을 주었다. 이후 인터뷰마다 분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이제껏 분장을 하면서 배우가 직접 언급해준 적은 처음이다. 함께 만들었다는 걸 확인받는 거 같아 큰 힘이 되었다. 지난해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 초청을 받았을 때 마침 <마스크걸> 준비 기간이었는데 꼭 가야 한다고 먼저 권하고 응원해준 것도 안재홍 배우다. 안재홍 배우의 조언으로 칸영화제에 참석했고 행복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마치 내가 경자가 된 것처럼, 아들처럼 살갑고 고마운 사람이다.”

<마스크걸> 머릿결부터 근육까지 준비된 김경자 역의 염혜란

”김경자는 성형 전, 성형 후 그리고 어머니의 얼굴까지 사실상 1인3역이다. 3명의 배우가 연기한 마스크걸에 온전히 홀로 맞서야 한다. 감독님에게 여러 안을 제안했는데 그중에는 결말 부분에서 마스크걸과 대결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제껏 쌓아온 경자의 흐름을 따라간다면 좀더 장렬한 대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의견을 듣고 감독님이 수정된 시나리오를 주셨는데 의견이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기뻤다. 이렇게 주고받는 에너지들이 있을 때 함께 만들어간다는 걸 실감한다. 염혜란 배우는 크게 의견을 내거나 표현하진 않지만 확실한 기준이 있다. 처음에는 성형 후 특수분장하는 걸 그리 달가워하진 않았는데, 본인이 충분히 노인 역할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완전히 존중하지만 특수분장이 그걸 더 실감나게 도울 수 있다고 설득했고 나중에 분장을 해보곤 만족했다. 배우가 얼굴 근육을 컨트롤하는 감각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므로 거기에 맞춰서 보완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계속 옆에서 관찰하고 호흡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처음 테스트 촬영 때 솔직히 깜짝 놀랐다. 이미 거기에 완성된 캐릭터가 있었다. 여러 버전의 분장이 필요했는데 그게 이렇게 한번에 찰싹 달라붙는 배우는 거의 본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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