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이 만난 세명의 에세이스트는 본디 에세이에 주력한 작가들이 아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은희경과 박상영은 발표한 소설만으로 한국 현대문학사에 인상적인 방점을 찍어온 소설가고, 이적은 자신이 만들고 가창한 곡으로 한국 대중음악사에 잊을 수 없는 몇 순간을 만들어낸 싱어송라이터다. 각자의 일터에서 스페셜리스트였던 이들은 올해 불현듯 에세이스트가 되어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그러나 허구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일과 에세이를 짓는 일은 글이라는 공통점을 제하면 전혀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부터 익히 배워오지 않았던가. 에세이(수필)는 서사문학이 아닌 교술문학에 속하고, 교술문학은 작품 외적 세계의 개입으로 이루어진 자아의 세계화라고. 결국 에세이는 작가의 자아를 세계에 던지는 일이다. 허구인 소설 속에, 재기 발랄한 언변 속에, 서정적인 노랫말 속에, 유려한 음률 속에 용케 자신을 조각내 숨겨두었던 이들은 에세이를 출간하며 글을 추력 삼아 세상에 자신을 던진다. 그런데 이들의 에세이는 각자의 전작과 얄궂게 닮아 있다.
<또 못 버린 물건들>의 은희경은 <새의 선물> 속 진희처럼 엽렵한 직관으로 주변을 응시하고 <태연한 인생>의 서술자만큼 만사를 통찰한다. <이적의 단어들>의 이적은 <말하는 대로>의 화자처럼 독자를 위로하다 이내 <태엽장치 돌고래>로 돌아가 자조 섞인 회상을 푼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의 박상영은 <1차원이 되고 싶어>의 ‘나’처럼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고민하고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의 영처럼 얼얼한 솔직함을 유머의 핵으로 사용한다. 책 한권 펼치기 좋은 가을날, <씨네21>은 은희경, 이적, 박상영에게 만남을 청했다. 이들은 각자의 에세이에 관한 솔직한 자평은 물론 왕성한 창작을 꾸준히 수행할 수 있는 비결도 꺼내주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또 못 버린 물건들> 은희경, <이적의 단어들> 이적,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박상영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