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성실한, 혹은 성실해서 불안한 인간의 여행기란 이런 것일까. 휴식의 책이라기엔 소동이 끊이질 않는다. 그리마와 지네가 출몰하는 가파도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중심으로 뉴욕, 런던, 광주, 여수, 강릉 등을 가로지르는 박상영의 지도는, 그러나 좋은 휴가가 그렇듯 의외로 만족스러운 자리에 도착한다. <대도시의 사랑법>(2019)으로 2022년 영국 부커상 국제부문 1차 후보에 오르며 화제에 오른 그가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2020) 이후 3년 만에 낸 에세이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이 바라보는 곳이 비단 자신의 번민만은 아니기 때문일 터다. 작가는 글 쓰는 삶을 꿈꾸던 20대 초반부터 어느덧 작가 됨을 깨닫는 30대 중반의 현재까지 자신의 궤적을 부단히 반추하면서도, 저마다의 인생 고락을 통과하는 타인들의 고충을 쉬이 지나치지 않는다. 친구와 동료, 낯선 이웃의 모습을 한 대도시의 피로한 초상들은 덕분에 한결 느긋하고 조화로운 풍경으로 자리 잡는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마친 지금, 책이 인도하는 작가의 운명을 따라 어느 때보다 숨 고르기에 집중하고 있는 박상영의 조용한 시간에 문을 두드렸다.
- 휴식이 아니라 대단한 친구들의 소동극을 목격한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다 읽고 나면 잘 쉬고 난 뒤의 개운함 같은 게 느껴지고요.
= 비슷한 반응을 종종 들었어요. 쉬러 간다고 하면서 쉬지는 않고 계속 떠들거나 소동을 일으키는 이야기인데 거기서 묘한 쉼을 얻었다고요, 저한테는 너무 좋죠. 어쨌든 휴식이 되었다면.
- 소박한 여행기의 모음 같지만 사실 박상영이란 인물의 인생을 횡단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의 방황기부터 시작해 데뷔 이후 쉬지 않고 이어진 글쓰기, 유명세를 얻은 후 은사인 이금희 아나운서와 재회한 예능 프로그램 <조인 마이 테이블>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요.
= 작품의 중심이 된 가파도 아티스트 레지던시 체류기를 쓴 이후부터는 쉼과 휴식을 주제로 하나의 책으로 엮겠다는 내적 필연성이 확실해졌어요. 그 뒤로는 글을 쓸 때마다 내 기억 속에 남은 휴식의 순간, 혹은 휴식 같은 사람들에만 집중하면서 마구 썼죠. 그래서 인생의 어떤 시기든 과감히 끌어올 수 있었는지도 모르고요. 완성된 책 속에 담긴 글의 순서는 쓰인 순서와 완전히 달라요. 독자들이 제 인생을 차근차근 편안하게 따라올 수 있도록 재배열에 신경 썼습니다.
- 가파도 거주기는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일은 서울에서, 잠은 제주에서’라는 제목의 연재로 먼저 공개했죠. 이전에도 곧잘 연재 형태로 작업해 책을 출간하곤 하는데, 연재를 두려워하지 않는 소설가라는 건 회사원일 때에 작가로 데뷔한 박상영 특유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 제가 연재에 달려드는 이유는 명확해요. 그래야만 쓰니까. 혼자서는 원고를 모으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전 혼자서 망망대해에 던져진 채로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은 잘 못해요. 연재란 게 매우 고통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대신 제가 남과의 약속은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제가 가진 어떤 수동적인 면을 완전히 인정해버리는 작업방식인 셈이죠. 무엇보다 연재는 자아의 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돼요. 혼자 있으면 두줄 쓰고 지우고 한달 내내 한 페이지밖에 못 쓰는 일이 생기잖아요. 아무리 봐도 너무 못 쓴 것 같으니까. 그런데 주어진 시간이 촉박하면 어떻게든 자기 검열을 덜하면서 글자 수를 채워요.
- 그동안 자신에게 꽤 냉정했네요.= 스스로에게 친절한 편이 아닌가봐요. 나 자신을 약간은 학대하는 방식으로, 무리한 일정으로 책을 계속 써왔기 때문에 지금 일종의 번아웃 시기를 지나고 있거든요. 과거에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이 아득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연재를 해낸다는 것의 성실함도 이제는 스스로 인정해주기로 했어요. 혼자 내버려두면 되게 게으른데 남과 약속을 하면 성실해지는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려고요.
- 이번 책에서 2016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단편소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된 소식을 들은 순간이나 첫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2018)가 회사로 배달되었을 때의 감흥 같은 것이 서술될 때 감동적이었어요. 수년이 지나서, 휴가지에 가서야 드디어 작가 됨을 실감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 그동안은 당장의 마감이 급했기 때문에 내가 지나온 시간을 실감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쓰면서 비로소 그동안 무엇을 겪었고 어떻게 일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게 됐어요. 잠시 멈춰 서서, 중구난방 떠오르는 대로 인생을 복기하다 보니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도 명확해지더라고요. 별 게 아니라, ‘진짜 쉬긴 쉬어야겠구나’였어요.
- 소설가로 데뷔할 무렵엔 회사에 출근하기 전 아침 일찍 작업하는 루틴을 지켰어요. 여기에 오랜 기간의 불면증이 겹쳐져 건강이 망가지기도 했다고요. 요즘엔 어떤가요?
= 매일 아침에 거의 강박적으로 쓰곤 했는데 최근엔 아침에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커피를 내려 마셔요. 루틴이라 할 만한 것도 없습니다. 연말까진 원고 청탁을 받지 않고 일부러 글 쓰는 양도 좀 줄여보려는 중이거든요. 불행 중 다행으로 몸은 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하릴없이 매일 바쁘고 불안해요. 그래도 몇달 정도만이라도 소설로부터 좀 떨어져서 살 거예요. 작가된 지가 이제 7~8년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는 숨 참고 빠르게 달려가기만 했다면 이젠 다른 호흡을 가질 필요성을 느껴요.
- 데뷔 후 일약 주목받으면서 밀레니얼의 작가, 퀴어 문학의 대표주자 같은 호명도 주어졌습니다. 그에 부합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요.
= 박상영답다 혹은 답지 않다라는 평에 약간의 부담감과 답답함을 느낀 건 사실이었어요. 제가 밀레니얼인 건 사실이지만 사실 리얼리즘 소설을 쓴다는 점에선 전통적인 노선을 걷는 작가이기도 하거든요. 반드시 퀴어 소설을 써야 한다는 법도 없고요.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은 그런 기대를 전부 덜어내면서 썼습니다.
당신들로부터, 쓴다
-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은 휴식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관계에 관한 책으로도 읽힙니다. 여행의 순간에 “나는 내 일상의 장소들과 내 삶에 연루된 수많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다”고 썼어요. 그 말처럼 각양각색의 친구들이 등장해 애정과 질타의 대상으로 자리 잡습니다.
= 이번 책을 쓰면서 처음으로 글쓰기가 협업의 작업일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팬데믹을 거치고, 또 가파도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머무르면서 저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한 가지가 있는데요. 곁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일원인 채로, 그들에게 영향을 받는 과정을 통해서 야 나는 비로소 글을 쓰고 있다는 감각이었어요. 저는 제가 가진 내성적인 면을 아니까, 그동안은 혼자만의 시간이 나를 작가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내가 모르는 순간에도 나는 타인과 교류하고 있고 글도 그렇게 쌓이고 있었습니다. 외진 섬에 가서도 여전히 낯선 이들의 이야기를 채집하면서 즐거워했고 새로운 구상을 하는 저를 발견할 때 기뻤다고 해야 하나, 이대로 계속해서 나의 바깥을 더 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누군가의 단점과 실수들이 담긴 적나라한 에피소드도 결국엔 추억할 만한 인생의 한 대목으로 등장합니다. 당사자의 허락을 구하거나 약간의 가공이 필요한 지점에 대해선 글을 쓸 때 어떻게 접근하세요.
=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항상 이른바 선톡러거든요. ‘왜 항상 나만 먼저 연락하지?’라는 생각에 심지어 가끔 섭섭할 때도 있어요. 그러다 곧잘 뉘우치죠. 제가 너무나 일관되게 자주 연락해서 도저히 친구들이 ‘먼저’ 연락할 틈이 없다는 걸요. (웃음) 그러니 친구들에게 책 내용을 알려주고 사전에 허락을 받는 일은 저한테 전혀 어렵지가 않았고요. 허락받는 수준을 넘어 ‘우리 그때 뭘 했고 정확히 어떤 이야길 했었지?’ 하는 식으로 메신저 단체 대화창에서 함께 겪었던 일을 복기하면서 글감을 같이 상의하기도 했어요. 물론 막상 책이 출판되고 그 안에 담긴 본인 모습이 알려지자 약간 생경해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다행히 제 친구들은 모두 ‘관종’이라 제법 즐기고 있는 것 같네요.
- 30대 중반을 지나는 낀 세대가 갖는 혼란이나 그런 동세대를 바라보는 덤덤한 애수 같은 것이 박상영의 도시를 이루는 정서가 되곤 합니다. 말하자면 애매하게 나이 들어버린 우리, 어느새 사회인이 되어버린 친구들을 바라보는 나의 감상 같은 것들이겠죠.
= 사회생활을 10년 정도 한 30대 중반은 인생의 변화 지점을 보여주기에 적절한 나이대인 것 같아요. 제가 그 시절을 살고 있기도 하고요. 아직 젊긴 한데 더이상 사회 초년생은 아니고, 무언가 변한 것도 많아져버린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가요. 세대론에 접근할 마음은 없지만, 철없이 놀던 우리가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모종의 애수 어린 마음 같은 게 저한테 있나봐요.
- 방송이나 북토크에서 입담에도 지지 않는 작가입니다. 스스로를 광대에 비유하는 동시에 혼자 침잠하는 고독의 시간을 절실해하는 목소리도 곧잘 담겨요. 그런 이격 사이에서 박상영다운 글이 나온다고 할 수 있을까요.
= 그래서 어떤 면에서 저는 작가가 되기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여러 괴리들 사이에서 글이 나오는 것이니까요.
- 일상에서 글감이 될 만한 순간이 찾아오면 지체 없이 낚아채는 편인가요.
= 네. 작가들은 일상에서도 늘 레이더를 켜놓고 사니까 더 그럴 수도 있고요. 이 순간을 글로 쓰게 될 것 같다고 곧장 직감하는 편이죠. 그럴 땐 휴대폰 메모장에 바로 적는 편이에요. 일단 키워드로 크게 적어놓고 나중에 비상한 기억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합니다.
존재증명의 글쓰기, 그 이후는
- 대학교 재학 중 충동적으로 미국에 건너가서 체류할 때, 고등학교 동창과 <이터널 선샤인>의 몬톡 해변을 찾아간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 정말 추운 날이었거든요. 새해 첫날인데, 친구가 어떻게든 자기는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럿이 앉아 있던 그 해변에서 해돋이를 보겠다고 해서 어부지리로 끌려간 거죠. 가게는 다 닫았고 사람도 없었고, 엄청 고생했거든요. 그런데 그때 배운 게 있어요. 발품도 팔고 고생도 하고 무언가를 희생도 하면서 어떤 순간에 당도해야만 찾아오는 능동적인 쾌감이 있다고요. 지금은 친구에게 엄청 고맙죠. 이렇게 책 쓸 소재도 만들어주고, 고생스러움과 쉼이 붙어 있는 휴식의 양면을 알게 해줬으니까.
- 세월이 흘러 그 친구분이 또 하나 일깨워주죠. 몬톡 해변에서 작가가 되어 밥벌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던 순간을요.
= 제가 그 시절에 한인타운 서점에 들러서 사봤던 유일한 책이 <씨네21>과 <무비위크>였어요. 한국보다 책값이 2~3배는 비싸니까, 제가 사서 볼 수 있는 책이 주간지 정도가 유일했거든요. 매일 지하철에서 표지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읽었어요. 모국어에 대한 향수도 있었지만 제가 활자를, 말을 너무 사랑한다는 사실이 저한테 크게 다가왔어요. 초등학생 때도 한번도 일기를 똑바로 써본 적이 없었는데 그때부터 미국에서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아직도 그 일기장이 소중하고요. 처음으로 작가라는 자의식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 몬톡 해변에서도 그런 소원을 빌었겠죠?
- 그 시절부터 소설 쓰기에 대한 이끌림이 먼저였나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요. 막연하게 신문방송학을 전공해서 언론인이 되어야겠다고 현실적인 상상부터 먼저 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잡지 기자도 했던 거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소설가라는 직업이 마음 한켠에 늘 있었던 것 같긴 해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신춘문예에 투고를 했으니까요. 물론 계속 떨어졌지만.
- 소설과 에세이에 이어 이제 드라마 대본으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이 영화, 시리즈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시리즈 각본을 직접 작업해보니 어떤가요.
= 지금 촬영 중인 이언희 감독님의 영화(김고은, 스티브 노 주연) 시나리오는 제가 마지막에 검수 정도로 재밌게 읽었고요. 4개의 단편이 묶인 <대도시의 사랑법> 중 <재희>를 확장한 경우여서 단편을 장편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도 늘어나고 이야기도 훨씬 풍성해졌더라고요. 곧 촬영을 앞둔 8부작 시리즈(감독 허진호, 홍지영, 손태겸, 김세인)의 대본을 썼습니다. 4개의 단편을 모두 옮기는 작품이다 보니 영화와는 추구하는 방향도 내용도 완전히 달라서 저에겐 같은 뿌리를 두고 있지만 완전히 별개의 우주로 느껴져요. 시리즈물의 <재희> 챕터는 또 영화와 겹치지 않도록 내용이 다 바뀌기도 했고요.
- 소설의 드라마화에 있어 어떤 점을 신경 썼나요.= 아무리 제 소설이지만 드라마는 또 드라마 장르만의 공식이 있으니까요.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편안한 전통적인 도식을 공부하려고 했어요. 거기에 적합하게 극화하는 과정이 필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줄기는 큰 차이가 없지만 구조나 전개 방식 면에서 디테일이 많이 달라졌어요.
- 6번째 책까지 낸 지금입니다.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에서 글쓰기의 동력은 존재의 증명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고백적이라는 평을 들었던 앞선 소설들과 달리 <믿음에 대하여>(2022)에선 팬데믹 시대를 배경으로 중소기업 직원, 방송 종사자, 자영업자 등 다양한 사회 성원들로 시선이 뻗어나가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 (얼굴에 수심이 드리운다) 지금은 너무 과증명된 게 아닌가…. (웃음)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제 세계가 <믿음에 대하여> 때부터 조금씩 변화 중이라고 생각해요. 박상영 시즌1이 6권의 책을 내면서 어느 정도는 일단락된 것이 아닌가, 그렇게 바라고 있기도 합니다. 이제는 저 자신보다 저를 둘러싼 외부를 더 정확하게 보고 싶어요.
- 퀴어 소설의 형식 혹은 재현의 측면에서 새롭게 성취해보고 싶은 지점도 있을까요.
= 오히려 다른 장르로의 넓은 글쓰기를 지향하고 싶죠. 그 안에서 어떻게 퀴어적 색채들을 살려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지금의 저를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 같아요. 지금으로선 지도를 확장하듯이 옆으로, 옆으로 걸어가보려 합니다.
- 많은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일의 주변부에 머무르며 살아가기도 해요. 직장인의 경우 언젠가 회사를 떠나 자신이 바라는 일에 정착하길 소망하기도 하고요. 그런 드문 선례를 이룬 박상영 작가에겐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하나의 분기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 저는 여전히 꿈을 꾸는 마음, 무언가를 좋아할 수 있는 상태가 정말 귀중한 것 같거든요. 그것을 이루고 말고는 두 번째 문제고 그 마음 자체를 잃지 않기 위해서 보듬는 노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작가가 된 이후에도 늘 주의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이 작가라는 명사가 아니라 글쓰기라는 동사형에 있어야 한다고요. 책을 내는 것이 목표라면 언젠가 허탈해지거나 한계에 처할 수밖에 없지만, 쓰는 것이 중요하다면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제가 아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 여전히 휴식에는 요렁부득인 인간 박상영이 꿈꾸는 다음 여행지가 있는지요.
= 다음 여행이요? 쉬기 위해서라면 당분간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아요. 여기, 작업실에 있을래요.
공통질문
1. 글이 안 써질 때 나를 책상 앞에 앉게 만드는 힘원고료. 그건 저한테 어떤 책임이기도 해요. 지켜야 할 마감 기한, 내게 주어지는 정당한 원고료. 그런 약속들이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저에게 동력이 되는 거죠. 저에게 작가의 일은 자아실현이기도 하지만 생활인으로서 철저해질 수밖에 없는 직업과 생계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2. 언젠가 내 글을 낭독해주길 바라는 목소리김희애 배우? 아마도 사람들이 떠올릴 박상영 소설의 인상과는 전혀 딴판의 목소리니까 그 간극이 재밌을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아주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요.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의 그분은 정말 천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3. 내 인생의 책은희경 선생님의 <새의 선물>. 1995년 초판부터 시작해서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읽을 정도로 좋아해요. 최근 100쇄 기념 개정판까지도 봤어요. 이후 쓰신 책이 얼마나 많은데 <새의 선물>을 이야기하는 게 조금 죄송스럽지만, 너무 좋아하는 걸 어떡하나요?